[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5.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한복처럼 삶
[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5. 전통과 현대의 조화, 한복처럼 삶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9.04.10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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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람한복 김미정 대표
사진=김애진 작가
하루도 빠짐없이 다음 작품 작업을 이어간다. 사진=김애진 작가

전통이 옳다고 그것만을 할 수도 없고, 현대식이 필요하다고 옛것을 저버릴 수도 없다. 이 둘을 함께 하는 것도 둘 중 하나만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려우면 돌아가고, 힘들 때 그만 두었다면 삶은 조금 더 수월했을지는 모르겠다.

아람한복 김미정 대표는 올곧게 나아가기만 했다. 한복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대표의 길을 따라가 본다.

 

사진=김애진 작가
자신이 입을 생활한복도 직접 만들면서 디자인 연구를 이어간다. 사진=김애진 작가

◆ 수방취원, 나의 길

전통을 지키는 일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모든 생명은 뿌리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나 이전의 것들을 찾고 알아야 지금의 나를 바라보고 미래의 나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 분야의 전통을 통해 내가 사는 시대 이전을 돌아보는 것은 그렇게 미래를 위한 일이다. 무엇이건 전통을 아는 것에서 끝나거나 전통을 아예 모르면 안 되는 이유다.

“앞설 수는 없어도 뒤쳐지지는 말자. 그게 제 생각이에요. 전통 한복을 재현하고 복원하는 작업은 한복이라는 우리네 의복을 알기 위한 기본이에요. 유물로만 남아있는 옛 의복들을 연구하고 복원하는 작업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저뿐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을 모르면 또 안 되니까, 계속 현대 한복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는 거고요. 실제로 만들어 보고 입어보고 하면서 지금의 것들을 만들어 가죠. 이것 역시 즐거운 일이에요.”

 

사진=김애진 작가
지금 유행하는 무늬나 기법의 접목도 필요하다. 사진=김애진 작가

김미정 대표는 전통 한복 복원과 재현으로 전시 작품을 만들고, 현대의 소비자를 위한 퓨전 한복을 판매하며, 일상에서 편히 입을 수 있는 생활한복을 강연한다. 한복이라는 생명에 뿌리와 줄기를 따라 잎과 꽃을 피우는 셈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건 여러 방면을 모두 이끌고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작품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고, 판매는 자본주의 소비 구조를 알아야 하는 일이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강연은 또 다른 능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기도 하다.

손으로 하는 일이 좋아서 바늘을 잡게 되었다지만 내 보기에 대표는 팔방미인이다. 그리고 대표가 이끌어 가는 길은 ‘다방면으로 재주가 있어 무엇이든지 잘하는’ 수방취원(隨方就圓)의 길이다.

 

사진=김애진 작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 사진=김애진 작가

◆ 칠전팔기, 나의 법

어머니가 운영하는 아람한복에서 어머니를 돕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무렵의 일이다.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재봉틀 소리를 듣고 컸다. 집에 늘 있는 놀이 도구 역시 실과 천이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재봉틀을 직접 사용했다. 자잘한 소품은 물론 교복까지 손수 만들어 입었다. 분명 싫었다면 하지 않았을 텐데, 대표는 자기 물건을 직접 만드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장에 잠깐 다니기도 했어요. 그러다 엄마 일을 돕던 언니가 시집을 갔죠. 저 역시 직장이 다소 재미없던 터라, 바로 엄마 한복집으로 왔어요. 그때부터 정식으로 배운 거죠. 그 이전엔 어깨너머로 배웠거나 그때그때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서 했고요. 한복집 일을 하는 건 손님들에게 판매해야 하는 것들이니 허투로 하면 안 되니까요.”

 

사진=김애진 작가
한복초대전에서 선보인 조선 사대부 복식 재현. 사진=김애진 작가

일평생 한복을 만드신 어머니에게 한복에 대한 모든 기초 지식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 대표는 스스로 넘어서야할 산과 마주했다. 1998년부터 대표는 기능경기대회에 출전을 시작했다. 물론 순위가 실력의 절대평가일 수는 없지만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기능경기대회는 먼저 각 지역에서 지방기능경기대회로 진행하고 전국의 금, 은, 동 수상자들이 모여 전국기능경기대회로 열린다. 대표는 첫 지방 출전에서 은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게 됐다.

 

사진=김애진 작가
전시를 위해 작업 중인 전통 여성속옷 미니형. 사진=김애진 작가

“사실 아주 조금 자만했던 것 같아요. 첫 출전에서 은메달 받고 바로 전국대회에 출전한 거니까요. 나 조금 잘하나봐, 그렇게 생각했겠죠. 근데 바로 떨어졌어요. 지금에서야 당연한 건데, 처음에 막 신났다가 바로 낙방하니 충격이 좀 있었어요. 대회가 끝나고 나서, 이제 안 할 거야! 하면서도 대회 일정 공고가 나면 저도 모르게 다시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했어요. 계속. 98년에 시작해서 2006년까지니까 딱 8년이네요.”

 

사진=김애진 작가
궁중복식 재현은 궁중복식만의 기법들을 배울 수 있다. 사진=김애진 작가

칠전팔기. 매 년 대회가 끝나면 몇 날 며칠을 앓아누울 정도로 고된 일이었다. 낙방하고 나서의 마음은 몸보다 더 깊게 가라앉았을 터.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 다시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곁에서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의 힘도 한몫했다.

 

사진=김애진 작가
전통복식 재현에서 배울 수 있는 조상의 지혜. 사진=김애진 작가

◆ 수족지애, 나의 힘

2006년 대표는 8년 만에 전국기능경기대회 한복부문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위치에 대한 확인 과정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 사이 서울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이수자 과정을 지났고, 2006년 계명대학교를 졸업했다. 기능대회를 준비하는 사이, 자신이 부족하다 느낀 부분들을 채워나가기 위한 여러 방면의 노력이 함께했다.

대학 졸업과 대회 수상이 끝은 아니었다. 직후에는 바로 대학원에 진학해 디자인 대학원 전통복식디자인 전공으로 석사수료를 받았다. 전통도 알아야 하고 현대적 디자인 감각과 지식도 있어야 하는 전통복식디자인 전공분야에서 최우수논문상도 수상했다.

 

사진=김애진 작가
철저한 연구와 고증이 필요한 궁중복식 복원 작업. 사진=김애진 작가

8년의 세월이 단순히 상 하나 받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것은 계속 증명됐다. 상 받으러 다니느라 바쁠 정도로 수상 경력도 늘어나고 개인전, 초대전, 단체전 등 전시 활동도 활발해졌다. 칠전팔기의 길이었던 기능경기대회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건 다 잘 될 거라고, 너는 꼭 해낼 거라고 말씀해주셨던 어머니 덕분이었다. 이제 더 이상 어머니의 위로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그 목소리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대표 곁에는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들이 있다. 대표의 형제는 총 8남매다. 서로서로 의지하고 도와주고 함께한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두렵지 않은 이유다. 팔방미인 대표의 활발한 활동은 아마 오래도록 거침없이 이뤄질 것이다.

 

사진=김애진 작가
유행을 따르는 디자인에도 전통 방식은 고수한다. 사진=김애진 작가

 

[아람한복 김미정]
2018년 LA 뉴스타 문화센터 갤러리, 산페드로 프랜드샵 갤러리 전시
2017년 프랑스 노르망디 한국문화페스티벌 전시 부스 운영
2016년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
2015년 경상북도 최고장인 
2015년 경상북도 마이스터대전 최고장인전
2010년 한국, 터키 세계복식전시회
2009년 건국대학교 디자인 대학원 전통복식디자인 전공 석사
2006년 전국기능경기대회 한복부문 은메달
전주전통공예전, 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외 다수 심사위원
디자인등록 5건 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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