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25. 쪽빛 감빛, 인생 최고의 보석이 되다
[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25. 쪽빛 감빛, 인생 최고의 보석이 되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9.06.1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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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빛나라 유인숙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청도 하늘을 닮은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자연은 수없이 많은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준다. 쪽빛나라 윤희숙 대표는 그중에 가장 고마운 것이 색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늘, 바다, 나무, 흙, 꽃 등 자연의 고운 빛깔을 천에 물들이는 천연염색가다.

색에 미쳐 산지 20년 세월이 흘렀다. 원하는 색을 얻기까지 산고 같은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열정의 시간이었다. 비슬산 자락 맑은 땅, 청도군 풍각면 차산리에 있는 쪽빛나라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유은영 작가
감빛, 쪽빛이 인생 보석이라는 윤희숙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감, 쪽, 쑥. 자연의 빛깔에 물들다

그를 찾아간 날은 가을이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날이었다. 유난히 쌀쌀한 날에도 불구하고 그는 염색을 하고 있었다. 짙은 쪽빛 물에 천을 담그고 조물조물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였다. 그의 뒤로 보이는 마당에는 빨랫줄마다 천들이 가득 했다. 황색, 쑥색, 하늘색, 자색의 저마다 고운 천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잠깐의 기다림 끝에 달려온 윤희숙 대표는 얼룩진 장갑을 벗으며 앉았다. 일주일에 수 십 켤레씩 낡은 장갑을 갈아치운다며 웃는 그의 얼굴에는 상쾌한 바람이 일었다. 천연염색 작업이 손이 많이 가고 힘든 일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인데, 그는 힘든 기색 하나 없이 환하게 웃었다.

 

사진=유은영 작가
마당 가득 색색의 천들이 나풀댄다.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은 웬만한 남자들도 힘들어요. 치대고 짜고 널고 또 치대고하는 과정이 고생스럽죠. 그래도 작업한 천들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풀대고 있으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그 맛에 힘든 거 다 잊어버리는 거 같아요.”

천연염색에 빠져 살아온 지 꼬박 20년째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사이, 그의 천은 명품 디자이너들 사이에 유명한 작품으로 통한다. 그중에는 그의 천연염색 천으로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 옷을 코디하는 디자이너도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윤희숙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색은 쪽빛과 감빛이다. 사진=유은영 작가

지난 2017년에는 프랑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Marie Labarelle이 직접 찾아왔었다. 프랑스 국영방송 TF1의 다큐 프로그램 ‘Grands Reportages’를 찍기 위해서였다. 윤희숙 대표가 정성껏 발효 중인 쪽물을 설명해주고, 쪽물 들이는 과정도 보여 주었다.

디자이너 Marie Labarelle도 팔을 걷어붙이고 함께 쪽물을 들였다. “세시봉~ 세시봉~”을 연발하던 디자이너는 마당 가득 널려있는 천들을 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름다운 꽃물로 자연염색과 우리옷 공모대제전’, ‘대한민국 공예예술대전’, ‘대한민국 한서미술대전’ 등 여러 공모전에서 상을 휩쓸어 오다가 올해 청도반시 염색 디자인 공모전에 출품해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사진=유은영 작가
자연에서 얻은 색. 사진=유은영 작가

◆최고의 색은 끝없는 노력의 결과

그가 염색을 처음 접한 것은 1999년이다. 20살 때부터 해오던 한복을 판매하던 시절이었다. 팔리지 않고 남은 한복을 고민하다가 불현 듯 좋아하는 색으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재고로 골치 아프던 한복을 모아 염색을 하기 시작했다. 원하는 색으로 염색하니 천덕꾸러기 한복이 딴 옷이 되었다. 그길로 염색에 미치고 말았다.
 

사진=유은영 작가
맘에 드는 색을 얻었을 때 힘든 것이 눈 녹듯 사라진다. 사진=유은영 작가

“하루 종일 염색만 하는 나를 보고 다들 미쳤다고 했어요. 하던 한복사업도 접고, 부산에서 청도로 이사를 했어요. 멀쩡한 사업 마다하고, 돈도 안되는 고생을 왜 하냐고 수군거리기도 했지만, 염색하는 재미에 빠져 고생인줄 몰랐어요. 때깔이 제대로 나온 작품을 얻으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사진=유은영 작가
깊고 편안한 그의 작품은 명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에 빠지면 빠질수록 색에 대한 욕망도 커졌고, 알고 싶은 것도 많았다. 부산대 장정대 교수의 천연염색연구소가 청도에 있다는 걸 알고 무작정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처음엔 단호하게 거절하던 교수님도 끈질기게 찾아가는 그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염색은 과학이에요. 푸른색은 정말 얻기 힘든 색이거든요. 아무리 좋은 쪽이 있어도 염료를 추출하는 방법이 까다로워요. 청색 염료가 환원성 염료이기 때문에 자연에서 추출해서 바로 물들일 수가 없어요. 발효 과정을 거쳐서 수용성으로 바꿔야만 염색이 되지요.”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하는 시간이 가장 평화롭다. 사진=유은영 작가

염료마다 성분이 다르고, 섬유마다 성질이 다르다. 치자는 햇볕에 잘 날아가고, 면은 산에 약하다. 그런 성분과 고유의 성질을 알고 염색을 하면 고르고 깊은 색을 얻게 되고, 탈색이나 변색 되지 않는 침염을 하게 된다. 그런 열정과 노력 끝에 이제는 맘만 먹으면 원하는 색을 얻을 수 있는 경지를 이루었다고 한다.

 

사진=유은영 작가
자연을 버무려 놓은 그의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천연염색의 후학 양성과 대중화를 위해

하지만 배움의 욕심은 끝이 없다. 후학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그는 천연염색협회 1급 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누구에게 가르쳐 주려면 나 자신이 완벽하게 알아야 한다며 그의 공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진=유은영 작가
햇볕과 바람을 머금고 익어가는 색을 살피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천연염색 공방인 쪽빛나라는 2004년 문을 열었다. 천연염색 전문 매장인 예령과 수수꽃다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실생활에 밀접한 천연염색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천연염료는 향균력과 살균력이 뛰어나고, 해열효과와 방충, 방독효과가 좋다. 몸에 좋은 천연염색 제품이 더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게 그의 소명이자 바람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벗어 놓은 장갑을 끼며 작업장으로 향하는 그의 어깨가 신명나 보였다.

  

사진=유은영 작가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 사진=유은영 작가

 

[쪽빛나라 대표 유인숙]

㈔천연염색협회(지식경제부 산하) ‘천연염색 연구사’ 자격증 취득(2008년)
㈔천연염색협회(지식경제부 산하) ‘천연염색 지도사 1급’ 자격증 취득
부산패션학원 ‘서면미리벌직업적문학교’ 천연염색 강의(2010~2014년)
‘제13회 삼성현미술대전’ 심사위원 위촉
프랑스 국영방송(TF1) 다큐멘터리 ‘Grands Reportages’ 출연
‘제8회 아름다운 꽃물로 자연염색과 우리옷 공모대제전’ 입선
‘제9회 아름다운 꽃물로 자연염색과 우리옷 공모대제전’ 입선
‘제9회 대한민국 공예예술대전’ 입선
‘제11회 대한민국 한서미술대전’ 천연염색공예 부문 특선
2018 청도반시 염색 디자인 공모전 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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