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9.자연에서 얻은 빛깔, 감물에 혼을 담다
[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9.자연에서 얻은 빛깔, 감물에 혼을 담다
  • 옥지원
  • 승인 2019.0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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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공방 김대균 대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감물이 깊어간다. 사진=유은영 작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감물이 깊어간다. 사진=유은영 작가

[블로그뉴스=옥지원 기자] 느티나무공방 마당에는 감물 머금은 천들이 따사로이 햇볕을 쬐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면 주홍빛 물결이 출렁인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고운 감빛이 눈부시다. 감빛이 좋아서 청도로 터를 옮긴 김대균 대표가 혼을 담아 얻은 색이다.

그럼에도 그는 바람과 햇빛의 몫이라고 모든 공을 자연에게 돌린다.

힘들고 지칠 때 쉬어가는 커다란 느티나무 같은 공간에는 오늘도 가을빛 닮은 감빛이 물들어간다.

초록염색연구소 느티나무공방. 사진=유은영 작가
초록염색연구소 느티나무공방. 사진=유은영 작가

가장 한국적인 색 감물염색, 대량 생산을 실현하다
청도는 감의 고장이다. 씨가 없고 수분이 많은 청도반시는 감물염색으로 제격이다.

그곳에 사철 주홍빛 감물천이 너풀거리는 느티나무공방이 둥지를 틀고 있다. 김대균 대표가 설립한 자연염색의 산실이다.

자연이 선사한 아름다운 색감에 매료돼 모든 것을 정리하고 청도로 온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날에도 그는 조물조물 감물을 들이고 있었다.

깊고 은은한 감빛을 살펴보는 김대균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깊고 은은한 감빛을 살펴보는 김대균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그가 팔을 걷어붙이고 청도로 오던 20년 전만해도 자연염색 전문가는 찾을 수 없었다. 취미 생활로 하는 사람이나 연구를 하는 교수 몇 사람이 고작이었다.

그때만 해도 똑같은 색을 재연하기 어렵고, 견뢰도가 약한 단점 때문에 대량생산은 엄두도 못 내던 시절이었다.

“자연염색이 아무리 아름답고 고급스러우면 뭐해요. 오랫동안 입고 빨아도 변색되지 않아야 자신 있게 내밀 수 있죠. 자연염색의 그런 단점을 보완하고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수도 없이 고민했어요.”

자연염료에 빠져들수록 고민도 커져갔다. 간절하면 통한다던가. 끈질긴 집념과 노력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한 자연염색을 성공했다.

30여 톤의 감물이 숙성되고 있는 감물 발효창고. 사진=유은영 작가
30여 톤의 감물이 숙성되고 있는 감물 발효창고. 사진=유은영 작가

해답은 그를 따라 간 지하 창고에 있었다.

그곳에는 무려 30여 톤의 감발효조에 3년 이상 된 감물들이 연두빛에서 주홍빛으로 숙성 중이었다.

3년 숙성된 발효감물은 색이 깊고 중후하다. 뿐만 아니라 햇빛에 강하고, 세탁해도 탈색이 잘되지 않는 견뢰도를 자랑한다.

3년이상 숙성된 감물만 사용한다. 사진=유은영 작가
3년이상 숙성된 감물만 사용한다. 사진=유은영 작가

그동안 취미 생활로만 이어지던 자연염색을 산업으로 발전시킨 쾌거였다. 코오롱에서 10여 년을 제직하고, 대구에서 주단을 운영하며 섬유 계통에서 40년 넘게 종사한 경험이 큰 바탕이 됐다.

“한복을 만들다 보니 생활한복에 반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염색에 눈을 뜨게 되었죠.”

그가 자연염색에 눈을 뜨게 된 건 대구에서 주단을 운영하면서 부터다. 우리 고유의 멋을 살리고 싶은데, 중국에서 수입되는 질 낮은 원단뿐이었다고 한다.

한복에 어울리는 고품격 색을 입힌 원단을 직접 만들자고 결심하고, 자연염색의 고장인 청도로 거처까지 옮겼다.

고르고 깊은 색은 느티나무공방의 자랑. 사진=유은영 작가
고르고 깊은 색은 느티나무공방의 자랑. 사진=유은영 작가

자연염색은 기다림의 미학
그가 말하는 전통 자연염색은 자연에서 얻는색이다. 질퍽한 진흙탕에 뒹굴며 놀다보면 묻어오는 황토색, 오디를 따먹으며 물드는 보라색, 풀밭에 뛰놀다 자연스레 스며든 풀물 등 어린 시절부터 우리 삶 속에 물들여진 색들을 그는 사랑했다.

이러한 색을 찾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염료를 위해 평생을 보내왔다.

“인공 염료는 공해로 자연을 망치고, 환경 호르몬으로 사람을 망칩니다. 현대인들이 아토피와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것도 인공 염료 때문입니다.”

조상의 지혜가 담긴 자연염색은 향균성이 뛰어나 피부에도 좋고, 옷감의 통기성도 우수하다.

사라져가는 전통 염색을 재현해 가장 한국적이면서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컬러를 찾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013년 사단법인 한국자연염색연구회를 발족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2건의 발명특허증. 사진=유은영 작가
2건의 발명특허증. 사진=유은영 작가

명품 디자이너도 반한 자연염색의 달인
그의 노력은 세계 자연염색의 거장인 야스쿠리 모리 박사의 가르침을 받는 기회도 얻게 됐다. 그 후 울 염색에 있어 국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장인으로 인정받게 됐고, 감물염색으로 2건의 발명특허를 냈다.

2016년 대한민국혁신인물 대상을 받았고, 2017년 대한민국 혁신한국인&파워브랜드 혁신리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느티나무공방의 작품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일본 텍스타일 콘테스트에 참가해 한국인 최초로 입선을 차지했고,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르테에 참가해 호평을 얻었다. 그 결과 2018 글로벌 신한국인 대상에 뽑혔다.

국내외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명 브랜드사와 디자이너들이 김 대표의 원단을 보기위해 찾아 올 정도다.

그의 색에 반한 명품 의류회사가 늘면서 연간 3만~4만 야드에 이르는 물량을 판매할 만큼 주문이 쇄도한다.

마당 가득 감빛 천이 물결치는 느티나무공방. 사진=유은영 작가
마당 가득 감빛 천이 물결치는 느티나무공방.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은 혼을 담아야합니다. 혼이 담긴 색은 깨끗하고 깊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잡념이 있거나 마음이 흐트러지면 색이 고르지 않아요.”

깊은 감물을 얻기까지 그의 노고는 실로 대단하다. 8월 중순에 감이 파란색일 때 분쇄해 즙을 짜고, 3년간의 기다림 끝에 소중한 감물을 얻는다.

매일 매일 혼을 불어넣어 물을 들이고, 고운 빛 들여 줄 햇볕과 바람을 기다린다. 온 정성을 바치고도 자연의 몫이 8할이라고 겸손해하는 그다.

느티나무공방 마당에는 오늘도 감빛 아름다운 천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느티나무공방 김대균]
2007년 ㈜씨앤보코주관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 참가
2008년 일본 TEXTILE Contest 2점 입상
2008년 프랑스 파리프리미엘비젼 창작작품전 참가
2009년, 2010년 프랑스 파리 프레타포트테 전시 참가
2009년 서울 친환경자연염색 디자인 개발쇼 참가
2009년 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개관 3인초대전 참가
2009년 M&B 중앙일보 40차 콘테스트패션쇼 참가
2010년 감물염색 디자인 공모전 대상 수상
2011년 대한민국 미래를 여는 인물 기술인 대상 수상
2013년 부산 벡스코 자연염색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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