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4. 안동포의 날실과 씨실로 세월을 엮어내다
[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4. 안동포의 날실과 씨실로 세월을 엮어내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9.04.0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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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분화 전통삼베 기능전승자 심분화
사진=민혜경 작가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안동포 짜기. 사진=민혜경 작가

[블로그뉴스=이세아 기자] 안동에는 ‘길쌈을 배우면 업이 되고 못 배우면 복이 된다’는 말이 있다. 안동포에 스며있는 애환과 자부심이다. 열여섯에 길쌈을 배워 고희(古稀)를 앞둔 지금도 베틀을 놓지 못하는 전통삼베 기능전승자, 심분화 장인을 만났다.

숙명처럼 안동포를 껴안고 살아온 세월이 50년을 넘었다. 베 짜기보다 공정이 더 힘들다는 안동포 짜기에 손마디는 굵어지고 눈은 침침하지만, 안동포 사랑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사진=민혜경 작가
손마디는 굵어지고 눈은 침침하지만, 안동포 사랑에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심분화 장인. 사진=민혜경 작가

◆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옷, 안동포

안동포는 자연에서 얻은 무공해 천연 섬유다. 천년을 두어도 변치 않고 좀도 슬지 않는다. 옷감의 결이 곱고 색이 아름다우며 통풍이 잘되어 여름 옷감으로 인기가 높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 소재인데 내구성이 강한 것도 최고의 장점이다.

안동포는 수분 흡수뿐만 아니라 항균·항독 작용을 하므로 예부터 수의(壽衣)로 사랑받아왔다. ‘이승에서 실컷 못 입어 저승까지 입고 가는 옷’이라는 안동포에는 노동의 땀만 배어있는 것이 아니라 이승에서 못다 한 아쉬움도 서려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베날기를 끝내고 날실에 풀먹이는 과정. 사진=민혜경 작가

심분화 장인은 그동안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10여 차례나 입상하며 뛰어난 실력을 입증했다. “수의로 많이 쓰는 6새는 한 달에 두 벌 정도 짤 수 있지만, 13새는 1년에 네 벌 정도밖에 만들지 못해요. 옷감이 고울수록 손이 많이 가고 힘들기 때문이죠. 안동포 한 필 짜는 것도 마음의 욕심을 비워야 곱게 완성된답니다.”

 

사진=민혜경 작가
끊어진 올은 이제 돋보기 없이 묶을 수 없지만, 안동포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포는 ‘새’로 품질을 구분한다. 새는 옷감의 곱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1새가 80올이다. 36㎝ 한 폭에 들어가는 올수를 기준으로 6새부터 15새까지 나뉜다. 베는 거친 게 1새이고 고울수록 새가 높다.

보통 7, 8새이고 10새 이상은 아주 고운 베로 친다. 가장 가늘고 윤기 있는 것이 15새다. 심분화 장인은 13새까지 베를 짜는 섬세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13새는 36㎝ 폭 안에 1040올(80올×13새)이다. 그토록 곱게 짠 안동포로 수의까지 직접 만든다.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포 제작의 베매기. 사진=민혜경 작가

◆ 대마 씨 뿌리기부터 찌고 말려 훑고 삼아 베매기와 베 짜기까지

안동포(安東布)는 1911년 ‘조선 산업지’에 처음 언급됐다. 그 후 1975년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됐다. 삼베는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가장 오랫동안 폭넓게 사용된 섬유로 우리 민족의 삶에서도 친숙한 옷감이다.

안동포의 원료는 대마다. 고조선 시대부터 낙동강 유역에서 재배해 직조를 시작했다. 상고시대 낙동강 유역 일부 농가에서 야생 대마를 재배해 안동포와 비슷한 옷감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경북 안동은 기후와 토질이 대마 재배 조건에 적합하다.

 

사진=민혜경 작가
날실에 풀을 먹이는 베메기 과정.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포는 대마 수확부터 색을 내기까지 열 단계 이상의 과정을 거쳐야 완성되는데 모든 공정이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다. 한식 전후에 씨를 뿌려 여름에 수확한 대마를 삶은 뒤 손톱으로 속껍질을 훑는다. 껍질을 벗겨낸 삼은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째고(삼째기), 무릎에 놓고 한 올 한 올 이은 다음(삼삼기), 삼을 다 삼은 뒤엔 정해진 길이와 새에 따라 올 수를 정해 날 올을 조직하고(베날기), 좁쌀과 된장으로 만든 풀을 먹인다(베매기), 베매기는 실에 끈기를 주어 베를 짤 때 잘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과정이다. 안동포를 기계로 쉽게 못 짜는 이유도 실이 약하기 때문이다.

 

사진=민혜경 작가
직접 짠 안동포로 수의를 만들고 있는 심분화 장인. 사진=민혜경 작가

“베 짜는 일은 전부 다 손으로 하는 일이라 젊은 사람들이 더 이상 배우려고 하지 않아요. 베 짜는 사람들도 고운 새는 품삯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더 이상 안 하려고 하지요. 우리는 평생 몸에 밴 일이라 힘들어도 그만두지도 못합니다.” 장인은 안동포의 현실과 미래가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민혜경 작가
심분화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안동포. 사진=민혜경 작가

◆ 1380살의 안동포는 내 삶의 의미 그 이상이다

안동포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옷감이다. 안동포는 대마를 1차 가공한 것으로 거친 정도에 따라 생냉이(부드러움), 익냉이(중간), 무삼(거침) 등 3단계로 구분한다.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는 일보다 더 힘든 건 베를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삼을 거두고 쪄서 벗기고 풀을 먹이는 과정까지 모두 다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하거든요. 가늘게 쪼갠 실이 엉키지 않고 끊어지지 않도록 견고하게 하는 베매기가 중요해요. 그 일만 제대로 하려 해도 2, 3년은 걸려요. 보기는 단순하지만, 전 과정을 배우려면 5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포는 올수가 많아 옷감의 결이 곱고 통풍이 잘 된다. 사진=민혜경 작가

심분화 장인의 안동포는 주로 6새에서 10새 작품들이다. 2002년에는 12새를, 2006년에는 13새를 짰다. 장인은 오랜 세월 안동포 제작을 하며 공정의 힘든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돌곶, 삼 비비개틀, 베매기 풀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째기를 도와주는 보조기구인 ‘돌곶’을 만들고 삼을 삼을 때 무릎에 놓고 비비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나무토막 위에 비닐을 씌운 ‘삼 비비개틀’을 고안하는 등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삼베 실의 강도를 위해 쓰는 좁쌀풀과 된장 대신 식용유와 소금을 섞어 만든 베매기 풀은 파리나 해충으로부터 안동포를 보호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작업 후 손에 남는 된장 냄새도 말끔하게 해결했다.

 

사진=민혜경 작가
직접 짠 안동포로 수의도 제작 한다. 사진=민혜경 작가

또 안동포의 다양성을 위해 염색한 일반실로 무늬를 넣은 알롱베를 개발해 안동포의 새로운 디자인을 보여줬다. 천연 염색한 삼베 실로 한복에 어울리는 삼베 가방을 제작하는 등 아름다운 삼베 소품을 만들기도 했다.

시작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였지만, 이제 그에게 안동포는 삶의 의미 그 이상이다. 심분화 장인의 마음은 한결같다. 안동포와 평생을 함께했으니 앞으로 여생도 안동포의 자부심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사진=민혜경 작가
장인의 안동포와 삼베 실. 사진=민혜경 작가

 

[심분화 전통삼베 기능전승자 심분화]
1997~2007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10회 입선, 장려상
1997년 삼째기 ‘돌곶’ 개발
2001년 ‘삼비비개틀’ 개발 및 ‘베매기 풀’ 개발
2002년 안동하회마을 물돌이 축제에서 안동포 짜기 시연
2002년 알롱베 및 무늬삼베 개발
2002년 전통삼베분야 기능전수자 지정(노동부와 산업인력관리공단 선정)
2005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공로상
2006년 모범 대한 명인상 수상
2006년 제3차 대한명인 추대(사단법인 대한신문화예술교류회)
2018년 ‘직녀, 천년 혼 안동포에 반하다’ 안동포 전시(안동포 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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