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감물 사랑, 청도의 햇살과 바람을 닮다
[기획-멋과 색을 짓는 사람들] 1.감물 사랑, 청도의 햇살과 바람을 닮다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9.01.02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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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물드리 이순애 대표
감빛으로 삶을 다시 쓰는 이순애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감빛으로 삶을 다시 쓰는 이순애 대표. 사진=유은영 작가

[블로그뉴스=최정은 기자] 세상의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간다. 그 속에서 느린 것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 감빛과 사랑에 빠진 이순애 대표다. 

느리고 기다리며 참고 인내해야하는 염색으로 제2의 인생을 산다. 뛰어난 손재주와 남다른 예술 감각으로 시작부터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진정한 그의 실력은 마음이다. 염색을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그의 마음 말이다. 그래서 그의 감빛은 청도의 햇살과 바람을 닮았다.

마음으로 물들인 그의 분신들. 사진=유은영 작가
마음으로 물들인 그의 분신들. 사진=유은영 작가

새로운 시작! 감빛에 물들다 
‘감물! 자연의 색을 감싸다’라는 주제로 2016년 청도감물염색 디자인 공모전이 열렸다. 감물드리 이순애 대표의 작품이 대상으로 뽑혔다. 

2015년 동상 수상에 이어 연거푸 이룬 쾌거였다. 가을의 황금들판 위로 파란 하늘이 너울너울 펼쳐지는 아름다운 스카프였다. 

노란 들판에 감물을 들인 꽃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청도 특산물인 반시를 활용한 감물 염색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색감과 문양이었다. 

“청도 반시축제 공모전에 맞춰 감물염색의 매력이 두드러지게 작업했어요. 꽃과 줄기를 감물 터치로 물들여서 포인트를 주었어요. 내가 보고 자란 청도를 그대로 표현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참 좋아하네요.” 

감물드리 이순애 대표는 감물에 빠져 살아온 지 17년째인 감물 염색 장인이다. 

염색은 기다림이다. 청도의 바람과 햇볕을 닮았다.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은 기다림이다. 청도의 바람과 햇볕을 닮았다. 사진=유은영 작가

내로라하는 출판 업계 지부장으로 승승장구하던 그는 감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청도에서 나고 자란 청도 토박이다. 우연한 기회에 청도농협기술센터에서 염색 수업 을 듣게 되었다.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을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제 성격이 그런 거 같아요. 일을 하면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요. 회사 생활 10년을 미친 듯이 하고나니까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쉬는 날 친구 따라 염색 강좌를 들으러 갔어요. 그때는 이게 제 업이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죠.” 

취미로 시작한 염색은 보기보다 힘들었다. 중노동에 가까울 정도로 고된 일이었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오묘한 색감에 고단함도 잊었다. 

결국 회사에 사표를 내고 염색에만 몰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놀러왔던 친구가 염색해둔 침구를 보더니 너무 예쁘다며 몽땅 사갔다. 

그 후에 지인들이 너도나도 사겠다며 구매 요청이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감물드리 이순애 대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옷을 만든다. 사진=유은영 작가
감물드리 이순애 대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한 옷을 만든다. 사진=유은영 작가

2006년 감물드리를 오픈해 작품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뒤늦게 시작한 염색이었지만, 남다른 손재주와 예술 감각으로 단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손재주는 어린 시절부터 돋보였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똑 같은 벙어리장갑을 짜도 친구들의 것과 다른 특별함으로 시선을 끌었다. 

염색은 그의 잠들어 있던 손재주와 예술 감각을 깨워주었고, 마침내 천직이 되었다.

황금들판과 푸른 하날을 표현한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황금들판과 푸른 하날을 표현한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염색은 몸보다 마음이 하는 일
감빛에 빠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20년이 가까웠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밤 12시에 잠들기까지 염색에 빠져 산 세월이었다. 

그런 그를 보고 친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염색에 미쳤다고 했다. 끝없이 몸을 움직여야 하는 고된 작업은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감을 착즙해서 나온 감물로 원단에 물을 들이고, 햇볕에 널어 말리고, 다시 물들이기를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온몸으로 하는 힘겨운 작업이지만, 이순애 대표는 염색은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색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는 날에는 아예 염색을 쉰다. 염색을 쉬는 날에는 주로 디자인 연구에 몰두한다.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고, 고객들이 어떤 디자인을 좋아할지 고민한다.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도록 고객들의 이야기에도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감물드리 마당에 가득한 염색천. 사진=유은영 작가
감물드리 마당에 가득한 염색천. 사진=유은영 작가

아들과 함께하는 자연염색의 미래가 밝다
감물드리 사무실은 백화점 매장처럼 세련되게 꾸며져 있다. 

친구들에게 불티나게 팔렸던 침구류는 물론 옷, 가방, 스카프, 모자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순애 대표가 직접 염색하고 디자인한 제품들이다. 색과 디자인이 한결같이 자연을 닮았다. 

그의 색에 반한 단골 고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7년 전부터는 아들이 엄마를 도와 함께 일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르쳐주는 대로 작업을 하더니 어느새 엄마의 간섭을 싫어할 만큼 자기의 색을 찾았다. 

자신은 깊고 어두운 톤의 감빛을 좋아하는 반면 아들은 락이나 치자를 사용한 밝고 명랑한 색을 선호한다. 

처음에는 밝은 색이 낯설어서 매장 구석에 두었는데, 요즘은 아들의 작품이 더 인기가 많다며 뿌듯해 한다. 

주위에서는 아들이 대를 이어서 든든하겠다고 부러워한다. 이순애 대표는 그보다도 아들이 자신의 일을 인정해준 것이 더 의미 있다며 환히 웃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감물을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환경을 지키고 몸에도 좋은 자연염색과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가 감빛처럼 깊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감물드리 이순애]
청도천연염색연구회 회원 
대구경북천연염색조합 회원 
대구경북공예협동조합 회원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전시(2006~2016년) 
대구패션페어 전시(2016~2018년) 
2015년 청도감물염색 디자인 공모전 동상 
2016년 청도감물겸색 디자인 공모전 대상 
2017년 포항 포스코 불빛미술대전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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