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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6일 충북 영동군의 한 퇴비사에서 70대 노인이 덤프트럭과 적재함 사이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사인은 두개골 함몰에 의한 과다출혈.

노인은 덤프트럭 수리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레버를 조작해 덤프트럭의 적재함을 들어올리고, 적재함 아래에서 차량 결함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적재함이 내려앉았고 적재함에 깔린 노인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경찰은 유족 증언과 수사를 바탕으로 노인이 혼자 차량을 수리하다가 사고사를 당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노인의 장례를 치르고 두달 뒤. 숨진 노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축사에서 소들이 먹이와 물을 거부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축사 안 CCTV에서는 우의를 뒤집어쓴 남성이 소 먹이통에 농약을 살포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노인의 아들인 A씨(59)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A씨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통신수사를 통해 A씨가 이곳을 방문했던 것을 확인한 경찰은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은 A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 이 가족들에게 사건·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차량의 바퀴가 빠져 사고가 났다거나 노부부가 독극물에 중독사할 뻔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은 덤프트럭 사고사 수사 기록을 다시 살펴봤다. 그때 당시 신경쓰지 못했던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다시 내사에 돌입했다.

3개월 간의 내사 끝에 당시 덤프트럭 사고 현장에 있지 않았다는 A씨의 진술이 허위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A씨의 당시 진술이 하나 둘 어긋나고 있다는 점도 포착했다.

경찰은 A씨를 집중 추궁한 끝에 레버 조작 실수로 아버지 위로 적재함을 내렸고, 무서움에 도망을 쳤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업무상과실치사를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이 진술마저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백 이후에도 경찰의 압박이 이어지자 아버지를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했다고 사실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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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동안 아버지와 종교적인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재산을 상속해주지 않겠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자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A씨는 결국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살해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2018년 9월 A씨는 음식에 농약을 넣어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살해하려 했지만 구토 증세만 있었을 뿐 미수에 그쳤다. 얼마 뒤 같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버지가 운행하는 차량 바퀴의 너트 5개 중 3개를 제거하고 2개는 느슨하게 풀어놓기도 했다. 운행 중 앞바퀴가 빠지면서 사고가 나기도 했지만 사망에는 이르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16일 A씨는 마지막 범행을 시도한다. A씨는 당시 덤프트럭을 점검하던 아버지를 둔기로 내리쳐 폭행했다.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덤프트럭 위로 옮겼고, 그 위로 트럭 적재함을 내려 사고사로 위장했다.

사고사로 묻힐뻔 했던 A씨의 범행은 결국 연쇄 범행과 경찰의 재수사 끝에 꼬리를 밟혔다.

1심 재판부는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아버지와 의붓어머니를 각각 세차례와 한차례 살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결국 둔기로 아버지를 내리쳐 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판시했다.

이어 "어떤 갈등도 피고인의 범행을 정당하게 하는 사정이 될 수 없다"며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이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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