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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어느날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클럽 안, 정모씨(28)는 망설이고 있었다.

곁으로 바짝 다가 선 A씨는 정씨에게 "보고 싶다"고 귓속말로 속삭였지만 정씨는 "안 된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A씨의 반복된 요구에 정씨는 조용히 클럽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밖으로 나온 A씨의 요구는 더욱 집요해졌다. "한번만 보고 싶다"고 채근하자 정씨는 클럽 앞에서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후 몰래 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향정신성의약품, 마약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정씨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정씨의 손에서 약물을 낚아챈 A씨가 달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도망치던 A씨는 근처에 있던 택시기사를 통해 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정씨와 A씨는 이날 클럽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

결국 정씨는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은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씨와 A씨 사이에서 일어난 행위를 마약 매매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정씨 손에 있던 약물을 A씨가 일방적으로 빼앗은 것으로 보일 뿐 매매 시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법정에서 정씨에게 약물을 사고 싶다고 한 적은 없고 보여 달라고만 두 번 이야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와 A씨가 일면식이 없는 데다가 '약물을 얼마에 거래할 것인지' 등 매매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유창훈 판사는 지난 1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매매에 관한 어떠한 교섭도 하지 않은 채 약물 소지 여부를 확인시켜 준 상황을 매매행위에 근접한 상태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매매의 실행에 착수했다고 인정하기엔 부족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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