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종로학원에서 지난달 4일 학부모가 배치참고표를 보고 있다. 2020.1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학령 인구 감소 추세 속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지방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4년제 지방대의 미충원 신입생이 2019년 7992명에서 지난해 8539명으로 539명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자원이 더 줄어든 올해는 1만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24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223개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0학년도에 모두 1만1002명의 결원이 발생했다. 정시 추가모집까지 진행하고도 뽑지 못한 신입생 수의 합계다.

방송통신대와 사이버대, 각종대학을 제외한 서울 소재 43개 대학과 수도권 41개 대학, 비수도권 139개 대학의 정원 내·외 모집인원을 기준으로 했다. 카이스트 등 특성화대도 포함됐으며 대학별 캠퍼스는 분리해 집계했다.

분석 결과 미충원 신입생의 대다수는 지방대에서 발생했다. 139곳에서 총 8531명의 결원이 발생해 전체의 77.5%를 차지했다. 서울 소재 43개 대학에서 1210명(11.0%), 수도권 41개 대학에서 1261명(11.5%)이 발생한 것과 비교해 차이가 뚜렷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19학년도 전국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총 1만1010명이었는데 지방대가 7992명(72.6%), 서울 소재 대학이 1673명(15.2%), 수도권 대학이 1345명(12.2%)를 차지했었다.

서울 소재 대학과 수도권 대학은 미충원 신입생이 각각 463명(22.7%)과 84명(6.2%) 줄어든 반면 지방대는 539명(6.7%) 늘었다.

시·도별 대학 현황을 보면 2019학년도 대비 2020학년도에 미충원 신입생이 줄어든 지역은 서울(1673명→1210명·463명) 경기(1247명→1186명·60명) 인천(98명→74명·24명) 제주(630명명→398명·232명) 대구(289명→242명·47명) 세종(86명→83명·3명) 광주(215명→214명·1명) 등 6곳에 그쳤다.

제주·대구·세종·광주를 제외한 비수도권 나머지 11개 시·도 대학은 모두 미충원 신입생이 증가했다. 부산이 858명에서 1080명으로 222명이 증가해 가장 많았다. 대전(479명→594명·115명) 전남(500명→605명·105명) 경북(1765명→1849명·84명) 경남(874명→947명·73명) 전북(431명→504명·73명) 등 순으로 이어졌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대학가 속설이 인구 감소와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에 따라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쟁력이 약한 비수도권 최하위 대학을 중심으로 문 닫는 대학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대표는 "올해 정시모집에서 비수도권 대학 평균 경쟁률이 사상 최저인 2.7대1을 기록했는데 수험생 1명이 3장까지 원서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대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며 "추가모집을 진행해도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곳이 많아 전체 지방대에서 신입생 미충원 인원이 1만명 이상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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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는 이어 "비수도권 하위 30여개 대학은 당장 존폐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며 "최후의 보루인 지방거점국립대도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수도권 하위 대학과 경쟁에서도 밀리는 상황이라 지방 사립대는 어려움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전문대 포함 전체 대학의 모집 정원은 2018년 49만7000여명, 2019년 49만5000여명, 2020년 49만2000명 등으로 감소폭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입 자원은 급격하게 줄고 있어 지방대 미충원 사태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가 통계청의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대입 가능 자원은 2020년 47만9376명으로 대입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올해는 42만893명으로 전년 대비 5만8483명(12.2%)이나 줄어들었다. 대입 정원과 비교해 7만명 이상 모자르는 수치다.

교육부는 대입 가능 자원이 2022년에는 41만2034명, 2023년에는 40만913명, 2024년에는 40만명을 밑도는 37만3470명까지 급격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해 7월 발표한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 육성 방안' 연구를 통해 2018년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8.5%에 달했지만 올해 84.1%로 14.4%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에는 78.0%, 2037년에는 63.9%까지 급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방대만 놓고 보면 전체 249곳 가운데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곳이 2018년에는 202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7곳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부터는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지방대가 단 1곳도 없고 70%에 못 미치는 곳이 85곳(34.1%)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수능 응시 인원이 전년 대비 6만명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지방대 정시 경쟁률이 3대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미충원 인원의 대부분이 지방대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등록금 수입이 대학 재정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미충원 사태가 심화하면 문 닫는 지방대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어 "지방대 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고 본다"며 "입학 정원을 줄이고 고강도 체질 변화에 나서는 대학에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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