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원종동의 한 카페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1.1.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심모씨(41·여)는 이제 카페에서 1시간이나마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소식에 들뜬 기분이다. 직장 동료들과 점심을 먹은 뒤엔 삼삼오오 커피전문점에 모여 대화를 나누던 한달여 전 생활이 그립기도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수그러들었다는 사실이 새삼 체감된다는 이유에서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던 핸드폰 확진자 문자도 최근 들어선 점차 잦아들면서 최악의 고비는 지나갔다는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지난달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나타내면서 얼어붙었던 내수가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커피전문점에 대한 정부의 방역조치 완화는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다만 이번 3차 대유행에 따른 내수 타격의 정도는 앞선 2번을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경기회복 역시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가 2주간 추가로 연장된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음식점에 대한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도 유지된다.

정부는 다만 수도권 지역 노래연습장과 학원, 실내체육시설 등에 대한 집합금지를 해제하고 방역지침 준수 조건 아래 밤 9시까지 운영을 허용했다. 전국 카페에 대해선 식당처럼 밤 9시까지 실내 취식이 가능하도록 했다. 2명 이상이 간단한 디저트류만 주문한 경우 카페에서 머무는 시간을 1시간 이내로 권장했다. 지난해 11월24일 0시를 기해 모든 카페에서 운영시간 내 포장과 배달만 허용한지 한달여 만이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수가 최근 감소세로 접어들고,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매출이 뚝 떨어진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정부가 부랴부랴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가파르게 늘어나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12월25일 124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17일 기준 520명으로 감소한 상황이다.

앞서 한은은 코로나 3차 대유행이 급속도로 번지기 이전인 작년 11월 경제전망보고서를 내고 2021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한은은 이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의 민간소비 회복세가 더디게나마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3차 대유행이 올겨울까지만 지속되고 그 이후에는 국지적 확산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상황을 전제했다.

당시 이 총재는 "이번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연초보다는 적고, 8월 재확산 때보다는 다소 큰 수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2월 들어 코로나19 사태는 예상을 뛰어넘으며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 단계 더 격상돼 3단계로 오를 경우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글로벌 경제분석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우리나라가 올해 1분기 4주간 '록다운'(lockdown·봉쇄) 조치를 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 시나리오 하에서 서비스 부문에 대한 가계지출은 약 70~80% 떨어지고 내년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할 것"이라며 "2021년 1분기 4주간의 봉쇄조치로 인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약 8%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흐른 현재 우리나라가 봉쇄와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딱뜨리진 않았지만, 코로나 3차 대유행이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는 결코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겨울철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 조정됐고, 그 영향으로 인해 소비가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른 충격의 정도는 이전의 2차례 확산에 비해선 훨씬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이 호실적을 내면서 내수 침체의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심화의 영향으로 위축됐지만, IT 부문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설비투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해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해 11월에 전망한 대로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열 총재는 "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하지만 IT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월달 전망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경기회복의 정도는 결국 소비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되는지에 좌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코로나19 전개와 백신 보급 상황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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