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시민들이 모여 '정인이 사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뉴스1 이밝음 기자

생후 16개월 된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예정된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은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7시45분께 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 30여명이 붉은 글씨로 '사형'이라고 적은 마스크를 쓴 채 법원 앞에 집결했다.

'정인아 미안해'라고 쓰인 띠를 두른 남성, 토끼 인형탈을 쓰고 망치를 든 여성, 정인이의 생전 모습을 현수막처럼 뽑아서 몸에 걸친 회원도 있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NO' '지켜주세요' '우리가 정인이 엄마 아빠다' '살인죄 사형' 등 다양한 내용의 피켓도 법원 앞에 등장했다.

시민들은 피켓을 흔들며 "안모씨를 구속하라" "장모씨는 살인죄다" "경찰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 이소영씨(55)는 "신고가 세번이나 있었는데도 (정인이를) 구하지 못한 게 화난다"며 "아동학대 처벌이 너무 약해 중형이라도 징역 10년에 불과한데 (당한) 아이들은 70년, 80년을 빼앗기는 것"이라고 분노했다.

재판이 끝난 뒤 정인이가 잠든 경기 양평 안데르센 추모공원을 찾겠다는 이씨는 "살인죄로 공소장 변경을 요청하는 100명의 서명을 받아 지검장에게 보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25분께 노란색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5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이 법원 앞에 배치되자 한 여성은 "16개월 아이는 안 지키고 왜 우리를 지키냐"고 항의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부 안씨의 첫 재판을 연다.

첫 재판은 방청권 경쟁률이 15.9대1에 이르는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장씨 부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정인이를 상습 폭행하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정인이는 지난해 1월 이들에게 입양됐다가 10월 13일 췌장이 절단되고 복강 내 출혈 등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로 서울 양천구 소재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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