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공매도(空賣渡) 금지 연장에 대한 여당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도 거센 가운데 정부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 오는 3월16일부터 공매도 거래를 재개하겠다는 목표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매도 금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폭락장 직후 금융시장의 추가 패닉을 막기 위해 시행됐던 만큼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에 오른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공매도를 예정대로 재개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의 기본 입장이다. 거품 제거 등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과 여당 일부 의원들은 금융위가 내놓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이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칠 수준이 안된다며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전에는 공매도를 재개해서는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금융위는 '우리는 누가 뭐래도 예정대로 가겠다'는 것인데, 공매도 제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공정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은 금융위도 알고, 시장 참여자들도 알고, 저도 안다. 그것을 개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재개한다는 것은 동문서답"이라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이미 정치적 이슈로 넘어간 것도 큰 변수다.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투자자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등을 다시 뽑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이 금융위에 공매도 금지 연장을 보다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매도 재개는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위 "공매도 금지 종료 예정"…연장 여지 남겨두고 있다는 관측도


금융위는 전날(11일) 저녁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현재 시행 중인 코로나19로 인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는 3월15일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월16일 공매도 재개 전까지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이는 개인 투자자들과 여권 일각이 요구하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추가 연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해 코로나19발(發) 폭락장 직후인 3월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오는 3월15일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그런데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공매도 금지는 시장조치인데, 시장조치는 미리 예정하지 않고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게 최근까지 금융위가 밝혀온 정책 기조였다. 금융위가 전날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금지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인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12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금융위가) 정치권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든지,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 등 여지는 남겨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무위원으로서 공매도 금지 연장을 위해 금융위를 설득하겠다고 했다.

11일 부산 한국거래소 운영실.2020.3.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공매도 금지 명분은 코로나19…"적정가치 형성 순기능 고려할 때"


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결정하고 이 조치를 연장할 때의 명분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의 고비를 넘기고,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이뤄져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다면 공매도 재개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리면 이를 싼 가격에 다시 사들여 갚는 투자 방식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게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이익이다. 공매도는 주식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개별 종목의 적정가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순기능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후보자 시절인 2019년 8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공매도가 주식의 적정가치 형성에 순기능이 있으며, 금지할 경우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공매도 금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공매도를 계속 금지할 경우 주식가치가 과대평가 되는 것을 조정할 수 없어 버블 붕괴에 따른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코로나19발(發) 폭락장이 발생했던 지난 해 3월19일 1457.64포인트(p)까지 추락한 뒤 V(브이)자 반등해 이달 8일 3152.18p까지 치솟았다.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1700p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뉴스1이 올해초 실시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설문조사에서 신동준 KB증권 센터장은 "증시가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한 만큼 공매도 재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철수 미래에셋대우 센터장도 "공매도는 매수 한 방향으로 치우쳐 버블 발생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 대한 견제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영상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0.1.1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4월7일 재·보궐 선거…"공매도 문제는 이제 정치적인 이슈"


오는 3월16일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금융위이지만 당분간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 정책 결정과는 거리가 있는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본다. 공매도 문제는 이제 정치적인 이슈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한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이기도 하다.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등을 다시 뽑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여론을 의식해 개별 의원이 아닌 지도부 차원에서 금융위에 공매도 금지 연장을 보다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낙선 운동 가능성을 감안해 야당이 동참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책 결정에 있어 여론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기획재정부가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10억원을 3억원으로 하향조정하려다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은 정부가 개인 투자자 등의 여론을 의식해 결정한 대표적인 정책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위도 공매도 관련 정책들을 결정할 때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의 의견을 참고해 왔다.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 여부를 못 박아 발표하는 시점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종료되는 3월15일에 임박해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변화할 시장 상황을 참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금융위는 '3월16일부터 공매도를 6개월 간 금지한다'고 3월13일에 발표했고, '9월16일부터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한다'고 8월27일에 발표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블로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