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웍크 소속 회원들과 피해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 전 대표와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에 앞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을 사용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인정 사례는 피해를 입은 사람의 지원을 위해 국가가 피해구제 차원에서 인정기준을 순차적으로 완화한 것"이라며 "이 같은 피해판정은 본질적으로 폭넓게 피해자가 인정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피해인정에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는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시험과 연구결과를 종합한 환경부 종합보고서는 흡입독성 실험과 동물실험 역학조사를 통해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살균제 성분과 폐질환 천식 유발 악화에 관한 일반적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합보고서 내용을 보더라도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는 기존 연구에 대한 추정이나 의견 제시한 것은 일종의 의견서"라며 "이 같은 추정을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시했다.

실험을 한 교수나 전문가들이 법정에 증언에 출석해 검사의 질문에 CMIT와 MIT의 성분과 사망·상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반대신문이나 재판장의 보충신문에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갖고 CMIT·MIT 실험결과가 사망과 상해, 천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CMIT·MIT 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발생 혹은 악화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런 이상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피해자들의 사망·상해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가 2년 동안 심리한 결과 유죄 판결을 받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 등과 CMIT·MIT 등과는 성분에 많은 차이가 있다"며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 근본원칙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홍 전 대표 등은 CMIT과 MIT으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지난 1994년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의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 등 각종 자료를 입수해 안전성 검증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이마트가 2002~2011년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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