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News1 허경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을 회복하면서 집값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최근 집계를 마친 서울 지역 아파트 11월 거래량은 6309건(계약일 기준)으로, 전월(4371건)보다 44.3%(1938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0월,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11월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집계 중반을 넘긴 12월 거래량도 4774건으로 이미 11월 거래량의 75% 수준을 넘어서, 지금 추세대로라면 거래 증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주택 거래 신고 기한은 계약 후 30일까지다.

업계에선 임대차보호법(7월31일) 시행 여파로 아파트 전세난이 악화해 전셋값이 몇 개월 만에 수억원씩 오르자,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매수전환에 나서면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여 차례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생각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에 나선 것이다.

현재 투자수요의 경우 다주택 규제 강화로 인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가 모두 대폭 인상됐고, 대출도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473조7849억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원 늘었다. 앞서 8~11월엔 매월 4조원 이상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도 12월 기준 133조6482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3조7374억원(21.6%) 급증했다.

특히 2030 젊은 층이 영끌 매수의 주축을 이뤘다.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0대 이하의 분기당 대출액은 평균 11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분기당 27조원)의 42.6%를 차지했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다수의 전문가는 올해엔 지난해보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전세난이 장기화하면서 무주택자의 매수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이로 인해 집값 상승도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주택시장 하방압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거래량이나 집값의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단 전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을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10억4299만원으로 불과 1년 만에 21.3%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초(2017년5월)과 비교하면 무려 71.8% 상승했다. 집값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라, 젊은 층이 지금과 같이 대출로 매수를 이어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잠잠하던 거래량이 늘기 시작한 것은 매수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집을 파는 사람도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예전에 집을 샀던 사람들이 현재를 고점 임박에 따른 매도타이밍으로 보고 매물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오는 6월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가 대폭 강화되기 때문에 매물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줄어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택시장은 집값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라있고, 전세난과 입주물량, 저금리 유동성, 세금,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우의 수를 생각하면서 최대한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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