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한 신규 분양단지 견본주택 모습.(뉴스1 자료사진)2019.12.31/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당첨만 되면 X억원 시세 차익"

수도권 청약 단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른바 '로또 청약'이 일반화하면서 너도나도 청약 열풍이다. 최근 단 1가구 모집하는 서울의 한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에 무려 서울시민 약 30만명이 몰리며 청약 열기의 단면을 보여줬다.
 


징역·벌금에 10년간 청약 못하지만, 당첨만 된다면


청약 열기의 다른 단면은 바로 '부정 청약'이다.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위해 위장 결혼, 위장전입 등 불법 행위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정 청약 현장점검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상반기 분양아파트를 대상으로 부정 청약 현장점검 결과, 위장 결혼·이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등 부정 청약 의심 사례 197건 등 총 200건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40대 A씨는 지난해 4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비결은 '부양가족 수'다. 2자녀를 둔 A씨는 입주자모집 공고 직전 자녀 3명을 둔 B씨와 혼인 신고를 했다. A씨는 혼인 신고로 3인 가구를 7인 가구로 둔갑시켰고, 과거 동거남인 C씨까지 총 8명이 전용면적 49㎡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주민등록이 돼 있었다. A씨는 청약 당첨 이후 B씨와 이혼했고, B씨와 그 자녀들은 원래 주소로 이전했다. 국토부는 A씨와 B씨를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부정 청약의 대가는 혹독하다. 수사 결과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정 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000만원 이상이면 그 이익의 최대 3배에 달하는 벌금을 낸다. 분양 주택 계약 취소는 물론 10년간 청약 신청도 할 수 없다.

치러야 할 대가가 작지 않음에도 부정 청약 유혹이 달콤하게 들리는 것은 바로 로또 청약 때문이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서울의 한 신규 분양단지 견본주택을 관람하기 위한 대기줄 모습.(뉴스1 자료사진) 2018.3.1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부정 청약 어제오늘일 아냐"…갈수록 과감해지고 빈번해져


그러나 일반적으로 청약 당첨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청약 가점 65점은 필요한 시대다.

65점은 3인 가구가 받을 수 없는 점수다. 무주택 기간(32점)과 통장가입 기간(17점)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부양가족 수에서 15점밖에 얻을 수 없어 64점이 최고다. 최근 인기 분양 단지는 커트라인이 70점을 넘기 일쑤여서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인 4인 가구도 넘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게 청약 가점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됐고, 이런 점이 위장 결혼과 이혼, 위장전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노부모 위장전입, 위장 결혼 등 부정 청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더 과감해지고 더 빈번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부동산 불안 심리가 부정 청약 현상을 더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약 3년 반 만에 74%나 올라 3.3㎡당 4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같은 기간 정부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와 분양가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고, 일부 분양 단지는 거의 반값 수준에 공급됐다. 게다가 집값이 급격히 오르고,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심리까지 가중됐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지금도 청약통장 매매, 위장 결혼 등을 알선하는 브로커를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며 "부정 청약을 원천 차단하기는 쉽지 않으나, 하루라도 빨리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