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인천 부평구 부평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한 수험생 모습. 2020.12.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3일 치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킬러 문제'라 할 만한 초고난도 문항이 나오지 않아 '불수능'은 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평이할 수는 있어도 객관적 난도가 낮지는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까다로운 '준킬러 문제'를 활용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불수능은 아니지만 절대 물수능도 아니었다"며 "코로나19 상황 속 수험생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 보였지만 2~3등급 학생들이 쉽게 풀 수 만은 없는 시험으로 비교적 잘 출제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불국어' 악몽 없었다…예년 기조 유지 "대체로 쉬워"


1교시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이나 올해 6월·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작년 수능 국어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역대 가장 어려웠다고 평가되는데 지난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으로 다소 쉬웠다. 올해도 이같은 경향이 이어져 지난 수능과 비교해서도 쉬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 소속 윤상형 서울 영동고 교사는 "작년 수능과 6월·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쉽게 느껴질 수준"이라며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문제가 2~3개 보이지만 기존 틀을 깨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최근 수능 국어 난도 상승 요인이 독서인데 지문 길이도 적당했다"며 "문학도 EBS 연계율이 70%가 넘어서 전체적으로 무난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종로학원·대성학원·이투스·메가스터디 등 입시업체도 대체로 쉬웠다고 분석했다.

1번부터 15번까지 배치된 화법과작문이 쉽게 나와 수험생이 시험 시작 단계에서도 편안하게 문제를 풀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학도 9월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고전시가와 수필 복합 지문이 나왔는데 까다로운 평론이 결합되지 않아 지문 구성은 평이했다는 평가다.

다만 진학사는 문법 영역 문항 난도가 다소 높았고 고어로 출제된 고전시가도 해석하기가 까다로워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이 많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친구들과 기뻐하고 있다.2020.12.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수학은 전년 대비 가형은 어렵고 나형은 비슷


2교시 수학영역의 경우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자연계열 수험생이 치르는 가형은 다소 어려웠고 인문계열 수험생이 응시하는 나형은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지난해 수학 나형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에 달할 만큼 어렵게 출제됐던 터라 객관적 난도가 쉬웠다는 평가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정환 대구 혜화여고 교사는 "가형은 고난도 문항이 늘어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중위권은 시간 안배가 힘들고 상위권도 기하 문항이 미적분 관련 문제로 출제돼 까다로웠을 수 있다"고 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 교사는 "나형은 작년 수능과 비슷한 난도지만 부담은 적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수험생이 힘들어 하는 빈칸추론이나 프랙탈 문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나형 20번·21번·29번·30번 등 4개 문항은 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항으로 지목됐다. 특히 20번과 30번 문제가 신유형으로 많은 학생이 애를 먹었을 것이란 평가다.

오수석 경기 부천 소명여고 교사는 "가형과 나형 모두 고난도 문항에서는 EBS 교재와 연계된 문항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일부 문항에서 높게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입시업체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까다로웠고, 나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다소 쉬웠다는 것이다. 고난도 문항으로 가형은 20번·21번·30번 문항을, 나형은 20번·21번·29번·30번을 지목했다.
 


영어는 작년 수능과 비슷…중상위권 변별 문항도 출제


영어영역 시험 난도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고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웠다는 평가다. 다만 중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한 고난도 문항도 포함돼 중위권 이하 수험생은 고전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이고 지난 9월 모의평가보다 쉬웠다"며 "문항 구성도 지난 6월·9월 모의평가와 거의 같았다"고 밝혔다.

유성호 인천 숭덕여고 교사는 "작년 수능과 비교해 생긴 변화는 듣기 17개 문항 중 1번과 2번 문항이 11번과 12번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최근 사회 변화를 소재로 한 여러 지문이 출제됐다"면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나 재택근무 등이 소재로 나와 중위권 학생에게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영역별로도 인문·사회·자연·예술 등 균형감 있게 출제돼 문·이과 학습 성향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성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전기홍 경북 무학고 교사는 "학습과정에서 발생하는 뇌변화에 관한 33번 지문은 생소한 어휘로 수험생들이 정답을 유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개념을 소개하는 39번 문항 지문도 어려웠다는 평가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등학교 교사는 이날 수능 국어·수학·영어 총평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능과 9월 모의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출제 흐름을 유지했다"며 "대입 전형 필요 자료로서의 평가 기능을 충분히 확보한 시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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