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진 첫날 오후 부산 서면 일대는 인파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다.2020.12.1© 뉴스1 노경민 기자

"갑작스러운 2단계 격상 조치에 당혹스럽습니다. 테이크아웃 영업이 잘 안되면 2주간 문 닫을 생각입니다."

부산에서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부산시는 1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2단계 격상 소식이 시행 하루 전 내려진 탓인지 가게 상인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번 2단계 격상으로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곳은 카페였다. 카페의 경우 전체 영업시간 동안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실내 취식은 일절 금지된다.

강화된 조치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대부분 카페는 한적함을 넘어 썰렁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반여시장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방역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갑자기 지침이 내려와 무척 당황스럽다"며 "주변 카페 사장들도 우선 오늘만 시범적으로 테이크아웃 영업을 해보고 장사가 되지 않는다면 2주간 문을 닫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 첫 날인 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카페에 코로나19 확산 방지 동참을 위한 자진 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12.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스스로 방역 대응에 동참하겠다는 상인도 있었다.

서면 한 카페 업주 B씨는 "방역 작업에 동참하기 위해 수능 날인 3일까지 자진 휴무에 들어간다. 이럴 때일수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실상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현장 영업이 금지되면 대부분 손님이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로 발을 돌릴 것"이라며 "2주간 가격을 절반으로 낮추는 특별 이벤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강화된 방역 조치에 따라 음식점은 오후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허용된다. 이에 일반음식점은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새벽 매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24시간 식당 및 치킨집 등은 고심에 빠졌다.

서면향토음식 특화거리 내 유명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오후 7시부터 새벽 5시까지 영업한다. 이번 조치에 따르면 이 가게는 단 2시간만 문을 열 수 있다.

C씨는 "안 그래도 힘든 시국에 2단계까지 덮쳐 더 어려워지게 생겼다. 올해는 연말 특수도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토로했다.

같은 거리에서 20년 이상 음식점을 운영해온 이모씨(65)는 "이 골목은 원래 손님이 많은 구역이지만, 오늘 새벽부터 2단계로 격상돼 부쩍 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줄었다"며 "배달 서비스도 할 수 없어 밤 9시가 되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3명밖에 오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양꼬치 가게 사장 권모씨(47)는 "자체적으로 3일까지 휴업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저녁 9시까지만 허용하는 것은 사실상 서면 일대의 고깃집, 술집 모두 문 닫으라는 통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점관리시설 대상에 들어간 노래연습장은 이날부터 방역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었다.

노래방 곳곳에는 '14일까지 미성년자 출입금지', '저녁 9시까지 영업', '노래 부를 때도 착용 권고' 등의 방역 안내 문구가 수두룩 부착돼 있었다.

하지만 영업 피크 타임인 저녁 9시 이후에 일절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자 매출에 더 악영향이 올 것이라는 좌절감이 비쳤다.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비프(BIFF) 거리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D씨는 "보통 노래방은 저녁 9시부터 장사가 시작된다. 낮에는 손님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단 한 번에 2주 동안 저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조치는 다소 가혹한 결정이다. 좀 더 융통성을 발휘해 먼저 1주만 2단계 조치를 내리고, 계속 상황을 지켜보는 식으로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D씨는 "코로나 이후 비프거리에 임대 문구를 붙여놓은 가게가 많아졌다. 재계약을 하지 않고 폐업 신고하는 인근 상인들도 넘쳐난다"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출 이자와 월세만 밀려 폐업 고민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두 자릿수 확진자가 8일간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역 내 병상 수급이 어려워지자 대구동산병원에 확진자를 이송하고 있다.

부산에서 1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카페에서는 영업시간 동안 현장 판매를 할 수 없게 됐다. 2단계 조치 첫날 해운대구 반여시장 인근 한 카페의 모습.2020.12.1© 뉴스1 노경민 기자
저작권자 © 블로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