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0배 오를 때 연봉은 400배 뛰었는데…왜 내 통장은 '텅장'일까
물가 50배 오를 때 연봉은 400배 뛰었는데…왜 내 통장은 '텅장'일까
  • 최동현 기자
  • 승인 2020.11.17 1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1970년 그때 그 시절, 라면 한 봉지 가격은 20원이었다. 짜장면은 100원, 시내버스 요금은 10원을 받았다. 50년이 흐른 오늘, 라면은 596원으로 30배 가까이 비싸졌다. 짜장면은 50배, 시내버스 요금은 120배 치솟았다.

물가가 수십배로 뛰는 사이 소득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은 1970년 9만원에서 2019년 3736만원으로 무려 400배 넘게 늘었다. 물가가 뛰어오르는 동안 소득은 날아오른 셈이다.

하지만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은 유행어가 아니라 명언 반열에 올랐다. 통계 지표를 비웃듯이 월급이 통장을 스쳐나가 '텅장'(텅 빈 통장)이 되는 이유를 짚어봤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짜장면 50배, 돼지고기 133배 오를 때…1인당 소득은 415배 늘었다


17일 한국물가정보가 발간한 '종합물가총람'에 따르면 지난 50년 동안 생활물가는 적게는 6배에서 많게는 100배 넘게 올랐다. 총람은 1970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물가 변동을 집대성한 책이다.

가장 인상 폭이 작았던 상품은 '오리온 초코파이'로 1970년 개당 50원에서 2020년 개당 332원으로 6.64배 오르는 데 그쳤다. 소주는 1병(360㎖)당 65원에서 1260원으로 19.4배, 맥주는 1병(500㎖)당 175원에서 1410원으로 8.05배 뛰었다.

가장 비싸진 상품은 '소고기'다. 1970년 500g당 375원이었던 소고기는 현재 5만원으로 133.3배 올랐다. 돼지고기는 500g당 208원에서 1만원으로 48.1배, 쌀은 40㎏당 2880원에서 9만6200원으로 33.4배 가격이 인상됐다.

국민 소득은 어떻게 변했을까?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1970년 9만원에서 지난해 3736만원으로 415.1배 많아졌다.

짜장면 가격으로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1972년 9급 공무원(현재 5급) 1호봉은 월급 1만7300원을 받았다. 현재 5급 1호봉의 월급은 253만8900원이다. 월급을 몽땅 짜장면에 쓴다고 가정하면 1970년대엔 173그릇, 2020년에는 507.8그릇으로 오늘날 3배 더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안정적인 장바구니 물가 추세를 보여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등락률(전년동월비)은 1970년대 1차·2차 석유파동 영향으로 1980년 최대 32.5%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2~3%대로 떨어졌다. 2015년부터는 0.7%에서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더 얇아진 지갑…연봉 3600만원 오를 때 아파트는 20억 뛰었다


숫자대로라면 오늘날 우리네 삶은 더 윤택해졌을 법도 한데, 실상은 딴판이다. 연예·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신조어 '삼포세대'는 취업·주택을 포기한 '오포세대'로 바뀌더니 이제는 희망까지 잃어버린 'N포세대'로 진화했다.

인생이 팍팍해지는 이유야 셀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원인으로 '집값'과 '필수 소비 품목의 다변화'를 꼽는다. 월급이 1만원에서 300만원대로 오르는 사이 아파트 가격은 억대씩 천정부지로 치솟은 현실,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소비 생활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든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31평 기준 1980년 1847만원에 분양됐지만, 2019년 10월 매매가는 21억2000만원으로 114.7배 급등했다. 이 기간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은 103만원에서 3736만원으로 36.2배 올랐을 뿐이다. 강남 아파트를 사기 위해 소득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40년 전에는 18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무려 57년간 월급을 모아야 한다는 소리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목 소득이 물가보다 더 많아졌어도 1인당 지출할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며 "주거비 등 저축분을 빼고 나머지만 소비할 수 있는데, 집값이 훨씬 빠르게 오르기 때문에(저축이 늘어서) 정작 소비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실제 주택가격은 최근 30여년 사이에도 널을 뛰었다. 한국감정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17년 11월을 기준점(100)으로 봤을 때 전국 주택매매가격변동률은 1986년 35.4에서 2019년 100.9로 2.85배 높아졌다. 수도권 변동률은 지난해 104.0으로 전국 평균보다 3.1포인트(p) 높다.

한 시민이 17일 서울의 대형마트에서 가사용품을 구매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휴대폰·노트북 기본, 해외여행 필수"…소비 다양화도 한몫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진 '필수 소비 품목'도 지갑 두께를 얄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50년 전에는 없었거나 대중적이지 않았던 노트북, 휴대전화, 김치냉장고, 해외여행 등이 대표적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는 집에 유선전화 하나만 뒀지만, 오늘날엔 개인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각각 통신비를 지출한다"며 "노트북, 김치냉장고, 의류관리기 등 가전도 과거에는 아예 없었거나 드물게 사용했던 소비재이지만 현대인에겐 필수 쇼핑 품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필수 소비 품목이 다양해진 만큼 자연히 지출도 50년 전과 비교하면 상당히 폭넓고 많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체감물가(물가 인식)는 늘 공식 물가보다 높게 나타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월평균 물가상승률은 2% 미만에서 변동했지만, 이 기간 체감물가는 2~2.5%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지난해 9월에는 물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이때도 체감물가는 2%에 가까웠다.

통계청은 체감물가가 공식물가보다 높은 이유에 대해 "개개인의 경제활동 분야, 생활양식, 주 소비 품목, 구입장소, 가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소비자물가는 대표 소비품목의 가중치를 토대로 산출하기 때문에 저마다의 소비경험에 따라 격차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소득 양극화, 경제고통지수 등 사회적 문제도 '물가의 벽'을 더 높게 만든다. 한 산학계 관계자는 "청년 실업률, 소득 불균형 등 사회·경제적 현상도 영향을 미친다"며 "평균 임금보다 덜 버는 저소득층이나 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에게 물가는 아득하게 높게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