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3일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블로그뉴스=최재혁 기자]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에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23일 오전 6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두 개의 초대형 현수막을 공중에 띄웠다. 한 현수막에는 '기후악당 정의선 부회장', 다른 현수막에는 'Mr. Chung’s Diesel Obsession Gasoline Addiction'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그린피스의 이 같은 활동은 전 세계적인 내연기관차 퇴출 캠페인의 일환이다. 그린피스는 2016년부터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화석연료차 생산 중단과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쳐왔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위기로 인한 최악의 재앙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는 탄소 순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주요 산업계의 변화가 시급한데, 독일 항공우주연구센터(DLR)의 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계는 늦어도 2028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열린 한국형 그린뉴딜 발표회에서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차 그룹 생존과도 관련이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잘 해내겠다”며 “저탄소와 제로 탄소 시대를 위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부문에서 세계 최고가 되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또 2025년에 전기차(BEV)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은 10% 이상 기록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3일 현대차그룹 사옥 앞에서 내연기관차 퇴출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그러나 그린피스는 이 목표가 기후위기의 현실뿐 아니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 대수는 719만대다. 2025년에도 판매 대수를 동일하게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수소차 11만대를 포함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신차의 85%는 내연기관차다. 

지난 16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의 EU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현재의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계속해서 강화되면서 제조사들의 전기차로의 전면적인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은서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산업 영향력과 책임이 크다”며 “친환경차를 홍보하지만 현대자동차 그룹 전체 판매량의 98%는 아직도 디젤, 가솔린차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무너지는 기후: 자동차 산업이 불러온 위기’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판매한 차량을 통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4억100만 톤으로 폭스바겐, 르노닛산, 토요타, 제네럴 모터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최은서 캠페이너는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차의 사업 구조를 보면 친환경 자동차 리더를 자처하는 정의선 부회장의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다”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폭스바겐도 지난 2018년 내연기관 퇴출 목표를 선언했다. 현대차가 제로 탄소 시대에 기여하고 살아남으려면 기후위기 현실에 부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시점과 훨씬 더 과감한 전기차로의 전환 계획을 밝히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22일 현대차 브랜드 필름 '현대차 내일을 향합니다(Next Awaits)'를 차용해 진정한 성공은 내연기관차로 이룰 수 없다는 내용을 담은 '현대차 내일은 늦습니다(Wait No More)' 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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