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북한에 표류된 한 인간의 목숨을 건 탈출기 ‘역사의 증언자’
[신간] 북한에 표류된 한 인간의 목숨을 건 탈출기 ‘역사의 증언자’
  • 최예원 기자
  • 승인 2020.07.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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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증언자’ 표지. (사진=북랩)
‘역사의 증언자’ 표지. (사진=북랩)

[블로그뉴스=최예원 기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는 감언이설에 속아 북한으로 이주한 뒤 장장 37년 동안 가난과 야만, 공포에 시달리다 목숨을 건 탈주 끝에 한국에 정착한 한 중년 남자의 북한 탈출기가 출간됐다.

북랩은 최근 1960년 13세의 나이로 북송선 ‘쿠리리온호’를 타고 북한으로 이주한 뒤 나이 쉰이 되어 탈출하기까지 북녘에서 겪은 찢어지는 가난과 공포, 이방인에 대한 멸시를 고발한 재일 조선인 출신 도창순 씨의 북한 탈출기 '역사의 증언자'를 펴냈다.

이 책은 2000년 일본 신조사에서 '북조선 대탈출-지옥에서의 생환'이란 이름으로 일본어 판본이 출간된 데 이어 2017년 미국 아마존의 출판 브랜드인 아마존크로싱에서 ‘A River in Darkness’로 영어 판본이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화제작이다.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역사의 증언자'는 일본어 판본과 영어 판본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추가해 더욱 생생한 이야기로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에 강제징용으로 일본에 끌려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조선인으로, 현재는 한국인으로 귀화해 한국에 살고 있다.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기존 책을 단순 번역하지 않고 고국의 언어로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해 이번 책을 새로 냈다.

이 책이 제기하는 문제의식은 9만명이 넘는 재일 조선인들을 북한으로 데려가 가난 속에 죽게 만든 일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는 13세에 가족과 함께 배에 실려 북한으로 갔는데, 50세가 된 37년 뒤에야 북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가족 대부분은 북한에서 아사했으며 그 역시 굶어 죽기 직전에 강물에 몸을 던져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저자는 “내 가족들의 운명이 무엇 때문에 말살됐는지 알리고 싶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이 책은 개인의 체험을 담은 에세이이자, 역사적 증거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저자가 37년간 겪은 개인적 고통은 국가 간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 문제의 결과물이기에, 그 과정을 상세히 기록한 이 책은 곧 역사적 기록물이 된다. 풀을 뜯어 먹어서 변비에 걸리면 항문을 파내야 했고, 영양실조에 걸려 눈, 코, 입에서 모두 피가 쏟아지는 병에 걸리기도 했던 저자의 개인사는 북송사업이라는 역사의 결과를 선명히 보여준다.

북송사업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해야 했던 북한과 해방 후 골칫거리가 된 재일 조선인을 쫓아낼 필요가 있었던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벌어진 사건이다. 그로 인해 북송된 조선인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 저자의 전작인 ‘A River in Darkness’가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세계의 어떤 나라보다 한국에서 이 사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한국 독자들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

저자는 경상북도 출신의 한국인 아버지와 가나가와현 출신의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조선인이다. 일본 이름은 이시카와 마사지이다. 13살 되던 해인 1960년에 부모님을 따라 북한으로 갔고 37년 만에 탈출했다. 탈북 이후에는 아마존크로싱을 통해 ‘A River in Darkness’를 출간했다. (역사의 증언자/도창순 지음/202쪽/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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