킵차크 칸국 표지.
킵차크 칸국 표지.

[블로그뉴스=최예원 기자] 신간 ‘킵차크 칸국’은 중세 러시아와 몽골의 관계를 새롭게 정리한 연구서다. 책의 제목인 킵차크 칸국은 몽골 제국이 4개의 나라로 분열된 후 키르기스 초원과 남러시아의 킵차크 초원 일대에 세워진 나라다. 킵차크 칸국은 13세기 초부터 15세기까지 통일 이전의 러시아를 지배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킵차크 칸국의 지배를 부정해왔다.

이 책은 칭기즈칸의 후손들이 세운 킵차크 칸국이 러시아 역사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중국이나 페르시아와는 달리 러시아에서 몽골족은 상주하면서 통치하지 않았던 데다 몽골의 지배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까지 더해져 역사적 사실이 은폐되거나 왜곡됐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중세 러시아와 몽골의 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분야에서 여러 저술과 90편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한 보기 드문 전문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침묵의 이데올로기'에 빠진 러시아의 기록들을 비판적 거리를 두고 바라봤으며, 민족·종교적 접경지대의 특징을 염두에 두면서 양자의 관계가 항상 적대적인 것은 아니었고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면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선입견에 빠진 역사가들은 몽골 시기에 러시아 사회가 생기를 잃고 문화적, 경제적 침체에 빠졌다고 봤으나 저자는 이러한 지적 풍토는 거의 전반적으로 러시아 중심의 관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기만적인 증거들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전쟁은 물론이고 평화적인 측면과 정부와 상업에서, 사회와 경제에서 중세 러시아인의 모든 계층의 삶에 끼친 킵차크 칸국의 영향이 가진 깊이와 복합성을 재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 책은 러시아 공작들이 킵차크 칸국에 무릎 꿇었던 시대의 장막을 걷어 올리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킵차크 칸국/찰스 핼퍼린 지음, 권용철 옮김/글항아리/360쪽/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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