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사랑 | 조계희

사진=유은영 작가
다양한 기법과 섬세한 정성으로 완성한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공예는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다. 25여 년간 한지의 매력에 빠져 사는 조계희 작가. 그의 손끝에서 한지는 다시 태어난다. 섬세하고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행복을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하려고 밤낮없이 뛴다. 전시회는 물론 강의와 봉사활동까지 그의 열정은 끝이 없다. 부드럽고 강인한 그의 삶이 따뜻하고 질긴 한지와 닮았다. 재미와 감동으로 가득한 조계희 작가의 한지사랑을 만났다.

 

사진=유은영 작가
문양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조계희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 남다른 손재주와 정성으로 한지에 혼을 불어넣다

경북 구미시 형곡동 도심 속에 자리 잡은 예쁜 한지사랑 공방을 찾았다. 강산이 두 번 바뀌도록 전통 한지 공예에 몰두하고 있는 조계희 작가는 이날도 작업에 빠져 있었다.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을 오리는 중이었다. 예단함에 들어갈 문양이었던 모양이다. 그 모습이 유난히 신중했다.

 

사진=유은영 작가
전통의 멋을 듬뿍 담은 나비장.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공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색상과 문양이에요. 특히 문양은 예부터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나비나 원앙은 부부금실을 뜻하고, 목단 꽃은 부귀영화를 상징하고, 거북이는 장수를 뜻하죠. 또 여기 있는 잉어는 다산을 상징해요.”

한지 공예가 문양에 새긴 의미는 단순한 작품을 넘어 삶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까지 담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한지 공예에 대한 사랑이 진하게 느껴졌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로 멋을 낸 손거울 작품. 사진=유은영 작가

그가 한지와 사랑에 빠진 건 25여 년 전이다. 결혼해서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지 공예를 접하게 됐다. 한지 공예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반해 24시간 밤낮을 모르고 빠져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재주가 남달라서 뜨개질이며 자수며 했다하면 친구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았다.

한지 공예 역시 마찬가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가르쳐 달라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문도 쇄도했다. 취미 삼아 했던 한지공예가 평생 업이 될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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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설명하는 조계희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처음에는 손을 베이고, 재단이 잘못돼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즐거워서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다. 몇 날 며칠 고심 끝에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 또 다음 작품을 구상하면서 느끼는 설렘으로 모든 시름을 다 잊어버렸다.

한지를 만질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예술적 조예가 깊어 갔다. 각종 미술대전에서 상을 놓치는 법이 없었고, 이제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한지 공예가로 우뚝 섰다.

 

사진=유은영 작가
문양을 작업 중인 조계희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 한지 닮은 마음, 그의 작품이 더 감동을 주는 이유

한지 공예는 조심스럽고도 섬세한 작업이다.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다. 풀 하나를 써도 까다롭게 전통의 원칙을 고수한다. 시중에 파는 밀가루풀은 방부제가 섞여 있어 한지가 숨을 쉴 수가 없다.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풀을 쒀서 쓴다.

 

사진=유은영 작가
남다른 손재주와 정성으로 혼을 불어넣다 사진=유은영 작가

탈색 기법은 더 섬세한 작업이라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터치에 따라 손때 묻은 것처럼 자연스러운 색이 되기도 하고, 고풍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탈색 기법 외에도 다양한 기법이 있다. 문양을 오려붙이는 기법도 있고, 한지를 찢어서 붙이는 것도 있다. 한지의 느낌이 좀 더 주기 위해서 구김을 더 가미하기도 하고, 몇 겹을 더 하느냐에 따라 입체감이 달라지기도 한다. 기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사진=유은영 작가
인기 많은 찻상. 사진=유은영 작가

구미시 향토작가초대 전시회에 출품한 작품인 ‘오월의 어느 멋진 날’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월의 자연을 소재로 한 스탠드 작품이었다. 들꽃이 잔잔히 피어있고, 신록이 멋스럽게 출렁였다. 누구라도 오월 어느 멋진 날이 떠오르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한지는 따뜻하고 포근한 힘이 있어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한지 창호지에 말린 국화꽃도 붙이고, 단풍잎도 붙이던 기억이 선명해요. 금속이나 플라스틱이 줄 수 없는 정서죠.”

그의 작품에서 유난히 자연과 옛정서가 깊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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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과 실용성을 갖춘 한지공예. 사진=유은영 작가

◆ 전시회부터 봉사활동까지 한지 공예의 멋을 알리기 위해

작품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강의도 병행한다. 한지 공예는 일반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해서 만들면 화살이 뚫지 못할 정도로 질기고 단단해진다. 예전에는 한지로 전투용 조끼를 만들어서 입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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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목 느낌이 물씬 나는 찻상.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에는 예부터 내려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있어요. 한지 공예는 대부분 마무리로 옻칠을 하는데, 옻칠을 하면 습기를 방지하고 색상은 더 선명해져요. 해충을 방지하기 때문에 쌀독으로 쓰면 쌀벌레가 안 생겨요.”

 

사진=유은영 작가
작품을 설명하는 조계희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전통의 멋에 지혜까지 담긴 한지 공예를 한 사람이라도 더 알리려는 생각에 부지런히 전시회를 열고 강의도 다닌다. 금오공대 평생교육원에 강사로 활동하며, 구미시니어클럽에서 수업을 진행한다. 봉사활동에도 열정이다. 매주 지역아동센터를 찾아 외로운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한다.

완성품을 보고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 한지 공예를 하는 일이 너무 감사하다. 자신의 재능을 남들과 나누는 기쁨은 멋진 작품을 완성했을 때보다 몇 배로 행복하다. 따뜻하면서도 강한 어머니의 품성을 가진 그녀가 부드러우면서 질긴 한지와 꼭 닮았다.

 

사진=유은영 작가
조계희 작가가 한지 공예의 매력을 전하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사랑 | 조계희]

2009년 개인전 3회, 한지&나무2인전 1회
2010년 친환경작품전시회 6회 / 구미 향토작가전 6회
2019년 구미여성예술인연합회 단체전 4회
2017년 대한민국 정수대전 장려상 외 다수 수상
2013년 한국문학예술인협회 공모전 미술부문 은상 외 다수 수상
건강증진센터, 지적장애인 자립 재활 수업 진행
한국인성문화원 인성지도사
금오공대 사회교육대학 출강
구미여성문화예술인연합회 회원
조계희 전통공예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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