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한지연화공예관 | 양귀숙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양

예부터 우리 민족은 지천년견오백(紙千年絹五百)이라 하여 한지는 천년을 가고 비단은 오백 년을 간다는 말로 한지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표현했다. 한지는 닥나무를 재배하고 총 99번 장인의 손을 거쳐 마지막 100번째 쓰는 사람의 손길에서 완성된다고 하여 ‘백지(百紙)’라고도 불렸다.

이렇듯 귀하고 고운 한지로 고전과 현대가 공존하는 멋을 살려내는 한지 공예가, 양귀숙 작가를 만났다. 전통 한지만 주어진다면, 세상에 못 만들 것이 없다는 그는 한지 공예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향해 매진해 온 안동의 한지 공예가다.

 

한지공예 작품을 들고 있는 양귀숙 작가

◆ 전통 오색 한지 공예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다

대구에서 공방 두 곳을 운영하며 전통 한지 공예 작품을 하다가 안동으로 와서 자리 잡은 지 12년째다. 누구보다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대구에서 시작하여 보낸 세월을 모두 합치면 30년이다. 30대 중반에 시작해서 이제는 체력적으로 힘든데도 여전히 작업이 재미있고 즐거워서 손을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양귀숙 작가가 말하는 전통 한지 공예의 치명적인 매력은 무엇일까.

 

화순옹주 흉배 문양의 애기장

요즘에는 옛날과 달리 다양한 색으로 염색이 된 각양각색의 한지를 구할 수 있다. 전통 오방색을 기본으로 이루어지는 아름다운 색채는 한지에 화사한 온기를 불어넣는다.

양귀숙 작가는 화려한 원색의 예술적 영감이 좋아서 전통 오색 한지 공예를 주로 만든다. 전통 오색 한지 공예는 한지를 여러 겹 겹쳐 붙이는 배접을 하고 그 위에 문양을 파서 색 배접을 한 후, 다시 배접하고 파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때 작품에 들어가는 문양의 디자인을 신중하게 고민하고 전체적인 색의 조화를 맞추기까지 작가적 고민과 숙련된 제작 능력이 필요하다.

 

알록달록 색실을 넣을 수 있는 색실상자, 색실첩

“오롯이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새 작품을 완성할 때마다 뿌듯한 성취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답니다. 한지 공예 작품은 한 번에 여러 개씩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작품마다 창의력과 상상력의 시간이 많이 들어서 작품 하나하나가 보물처럼 소중하지요. 세상에 나밖에 만들 수 없는 한지 공예품, 이것이 전통 한지 공예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입니다.”

 

금보함
현대적인 문양의 궁중패물함

◆ 천직인 한지 공예 교육을 통해 보람과 사명감을 느끼다

한지 공예에 대한 애착은 한지 공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졌다. 수없이 많은 교육생이 안동한지연화공예관을 거쳐 갔지만, 그 중에도 공예 교육의 보람과 기쁨을 주는 팀은 따로 있다. 경북의 종갓집 종부님들이 7년째 안동한지연화공예관을 찾아 교육을 받는 것이다.

지금은 공간의 제약 때문에 영덕과 경주 등에서 열다섯 분만 열심히 방문하고 있다. 평균 연령 75세의 어르신들이지만 의욕과 열정은 젊은이 못지않아 요즘은 함께 주문 생산까지 하고 있어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품을 만들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는 양귀숙 작가

“단양, 경주, 울산 등지에서도 소문을 듣고 개인적으로 찾아와 수업을 듣는답니다. 수강생들이 원하는 디자인이 있으면 제가 골격 재단을 맡아서 해주죠. 골격을 만들다 보면 이게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체 틀의 사이즈만 들어도 그 속에 들어가는 틀의 계산이 바로 나오거든요. 어릴 때부터 수학을 잘했는데, 그 덕을 지금도 보는 것 같아요.”

 

화려한 문양의 애기장

◆ 오롯이 수작업으로 탄생하는 작품에서 성취감을 얻다

양귀숙 작가는 전지 공예, 지장 공예로 한지 공예작품을 만든다. 전지 공예는 골격부터 완성까지 한지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이다. 지장 공예는 나무 골격에 한지를 붙여 완성하는데, 두 가지 기법 모두 얇고 보드라운 한지를 수십 겹씩 붙여가며 완성하는 작품이라 공이 많이 든다.

 

예술품으로 탄생한 예단함

“한지 공예는 몰입하면 할수록 매력적인 작업입니다. 풀을 발라 한 장씩 붙여가며 디자인대로 모양을 만들고 문양을 넣어 작품이 완성되는 걸 보면 여전히 신기하고 뭉클한 감동이 있어요. 한지에 문양 만들기는 한번 시작하면 손을 뗄 수가 없을 만큼 중독성이 있는 작업입니다. 배접한 한지 속에 숨겨진 문양의 화려한 변신을 빨리 보고 싶어 멈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작업 하나를 끝낼 때마다 작품의 완성도보다 성취감을 먼저 느끼는 것 같아요. 한지를 배접하고 문양을 파고 다시 배접하는 지난한 작업 과정들이 정말 한지 공예에 깊이 빠지지 않으면 끈기 있게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한지공예 작품을 제작 중인 양귀숙 작가

우리 고유의 전통 한지는 찬란한 역사와 더불어 우수한 재질로 함부로 모방할 수 없는 장점이 있다. 한지의 재료인 닥나무는 섬유질이 견고해 신라 시대에 이미 중국에서 우리 한지를 사들였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옛 문헌을 보아도 우리 전통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매우 귀하게 여겼음을 알 수 있다.

양귀숙 작가는 워싱턴과 LA 한인 축제 등 외국 전시 행사에도 자주 초대받아 다녀왔는데, 그때마다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고 한다.

 

관복을 넣어두는 관복함

“외국인들은 한지 공예로 만드는 소품 만들기 체험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전통 한지 공예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한지 공예에 대한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안동을 대표하는 한지 공예가의 한 사람으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인정받는 전통 공예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안동한지연화공예관의 전시장 모습

 

[안동한지연화공예관 | 양귀숙]

2001년 제2회 대구관광기념품공모전 특별상
2003년 제1회 대한민국공예미술대전 동상
2005년 제1회 대한민국 한지공예 산업디자인 대전 입선
2008년 제38회 경북공예대전 동상
2009년 워싱턴대사관,스미소니언박물관 초대전
2010년 제40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특선
2011년 제41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특선
2013년 제19회 전국한지공예대전 특선
2015년 제2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은상
2016년 LA 개인전, 프랑스노르망디 안동공예조합 회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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