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한지공예전시관 | 배늠이

사진=민혜경 작가
팔각 모양의 연꽃 스탠드.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에서 활동하는 한지 공예가, 배늠이 작가를 만난 곳은 공방이 아니라 사무실이었다. 하회마을 입구에서 오랫동안 ‘안동한지공예전시관’을 운영했던 배늠이 작가는 마침 공방과 작업실을 천진골 벽화마을로 이전 준비 중이었다.

하회마을 공예관에서 한지 공예 작업과 전시를 하며 체험 학습까지 열정적으로 12년간 운영했지만, 개인적인 작품 구상에 매진할 수 없는 점을 아쉬워하다가 결단을 내렸다. 2020년 오픈할 공방과 전시장을 준비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위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배늠이 작가를 만났다.

 

사진=민혜경 작가
공작새 문양 고비등. 사진=민혜경 작가

◆ 한지 공예로 천직과 인생의 벗을 만나다

배늠이 작가는 안동한지공예전시관에 전시 중이던 한지 공예 작품들을 이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한지 공예 교육까지 다니느라 바쁘고 힘들지만, 에너지가 충만하고 행복해 보였다. 인터뷰 내내 한지 공예만 이야기하면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사진=민혜경 작가
화사한 모란꽃 주병 스탠드. 사진=민혜경 작가

“한지 공예 중에도 등(燈)공예, 컬러믹스, 지승공예 등을 접한 지는 어느새 23년이나 됐습니다. 저는 의상학과 전공인데, 한지 공예는 우연한 기회에 시작했어요. 남편이 전기 공사와 조명 가게를 할 때였는데, 그 당시 도자기 공예 전등, 한지 공예 전등 같은 제품들이 인기가 있었거든요. 저는 그 전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이미 여러 가지 공예를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닥종이 인형을 만들었는데, 조명을 든 닥종이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한지공예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셈입니다. 한지 공예는 그동안 제가 접했던 여러 가지 공예 중에 가장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1984년에 시작을 했는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한지 공예를 하는 순간에는 모든 시름을 잊고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으니 친구보다 더 좋은 벗이에요.”

그러고 보니 배늠이 작가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던 환한 미소는 천직을 찾은 사람의 행복한 미소였다.

 

사진=민혜경 작가
십장생 문양 예단함. 사진=민혜경 작가

◆ 한지 공예의 골격부터 마무리까지 직접 완성하다

배늠이 작가는 워낙 미술을 좋아해서 손으로 만드는 모든 공예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꼼꼼한 손재주가 만나 한지 공예 작품도 남들보다 스케일이 크고 특색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사진=민혜경 작가
빛깔 고운 야생화 휴지함. 사진=민혜경 작가
사진=민혜경 작가
윳판을 겸해서 쓸 수 있는 다과상. 사진=민혜경 작가

“제가 의상학과를 전공했기 때문에 특히 재단을 잘합니다. 제가 만드는 작품들은 대작 위주의 작품들이에요. 처음 한지 공예를 배울 때만 해도 공예품 재료에 반제품이 없었어요. 기본 골격도 없이 하드보드지에 일일이 재단을 해서 만들어야 했죠. 제 작품들은 저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만드는 대작들이라 하나부터 열까지 제힘으로 만듭니다. 한지를 재단하는 건 정교하고 치밀한 계산법이 필요해요. 한지를 여러 번 겹쳐서 바르다 보면 재단 시의 골격과 완성품에서 차이가 날 수 있거든요. 한지의 두께를 염두에 두고 10번씩 발랐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에 대한 계산이 바로 나와야 합니다. 저에게 한지 공예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알게 해준 고마운 선물입니다.”

배늠이 작가는 반제품이 흔해진 지금도 직접 골격을 만들고 재단을 하고 일일이 자기 손으로 작업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사진=민혜경 작가
바닥에 앉아서 사용하는 온돌 탁자. 사진=민혜경 작가

◆ 한지 공예의 가까운 미래를 고민하고 제안하다

배늠이 작가는 지난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한지 공예 작품 전시를 개최하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 후 2000년 세계적으로 명소가 된 안동전통문화마을 입구에 한지공예전시관을 개관해 공예인들의 부러움을 샀다.

‘안동한지공예전시관’은 한지 뜨는 체험장과 한지공예체험관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에게 한지 공예를 교육했다.

 

사진=민혜경 작가
책이나 종이를 넣는 조각보 지통.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하면 떠오르는 하회탈을 형상화해서 만든 다양한 상품들과 한지로 만든 서랍장, 전등, 부채, 함, 차받침, 지승공예품 등 작품에서 선물용 소품까지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기에 부족함 없이 제 역할을 해냈다.

그는 공예전시관을 운영하면서 농업기술센터 등 교육기관의 한지공예 교육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사진=민혜경 작가
다과상에 풀칠 작업 중인 배늠이 작가. 사진=민혜경 작가

“한지 공예를 하며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다보니 한지 공예의 미래를 늘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한지 공예는 저렴한 재료비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죠.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다면 무궁무진한 아이템을 개발할 수 있는 것도 한지 공예의 미덕이에요. 한지 공예의 새로운 문화 개발을 위해 지속해서 연구하고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특히 전통 한지 공예만으로는 운영의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다른 문화 상품과의 접목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깨끗한 공기와 환경을 위해 폐자원을 활용한 재활용 한지 공예품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그에게는 천진골 벽화마을의 안동한지공예전시관에서 안동의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안동의 자랑스러운 한지 공예와 아름다운 한지 공예품을 널리 알리는 일만 남았다.

 

사진=민혜경 작가
조각보 무늬 삼층장. 사진=민혜경 작가

 

[안동한지공예전시관 | 배늠이]

1999년~2006년 경상북도 공예품경진대회 특선, 입선 수상
1999년 충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참가
1999년 원주 한지문화제 전시회 참가
1999년 하회박물관 한지공예품 전시
2000년 서울 경인미술관 고색전국회원전 참가
2003년~2008년 안동시 관광기념품경진대회 특선, 입선 수상
2004년 경상북도 미술대전 입선
2006년 전국공예품대전 입선
2009년 여성민속한마당 안동여성솜씨자랑대회 최우수상
2010년 경북공예대전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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