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지에 천년의 혼을 담는 사람들] 5. 국내 최대에서 세계 최고로, 전통 한지의 품격을 높이다
[기획-한지에 천년의 혼을 담는 사람들] 5. 국내 최대에서 세계 최고로, 전통 한지의 품격을 높이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9.11.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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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한지 | 이영걸
사진=유은영 작가
백닥 티 고르는 작업. 사진=유은영 작가

우리 고유의 멋과 얼을 간직한 안동에 국내 최대 전통 한지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 전통 한지를 발전시키기 위해 고향땅에 세운 이영걸 회장의 안동한지다.

끊어지다시피 한 전통 제조 방식의 맥을 잇는 것은 물론 70여 품종을 개발해 한지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한지 공예전시장, 한지체험장까지 갖추고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 왔고, 8000년 내구성을 가진 최고의 한지를 세계에 알려 극찬을 받았다.

한지의 품격을 높인 이영걸 회장을 전통 한지의 고장 안동에서 만났다.

 

사진=유은영 작가
세계에서도 인정한 안동 한지. 사진=유은영 작가

◆ 제조공장, 전시·체험장 갖춘 국내 최대 한지공장

하회마을로 가는 길목에 안동한지가 자리하고 있다. 1988년 설립된 전통 한지 생산업체다. 공장으로 들어서면 어마어마한 규모에 입이 떡 벌어진다. 넓디넓은 1만 9,834㎡(약 6000평) 안에는 한지 제조 공장부터 전시관,체험장이 골고루 갖춰져 있다. 한지전시판매장으로 들어서면 온갖 종류의 한지가 천장까지 높은 진열장을 꽉 채우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훈민정음을 새긴 안동 한지를 펼쳐보며 환한 표정의 이영걸 회장.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제조작업장에는 종이 뜨는 손길이 분주하고 또 다른 작업장에는 백닥에 티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창고에는 햇빛에 잘 말린 닥나무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전통 한지는 100번의 손길을 거쳐 완성된다고 해서 ‘백지’라고도 불린다. 안동한지에서는 우수한 전통 한지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6천여평 규모의 안동한지공장과 체험장. 사진=유은영 작가
70여 종류에 달하는 안동 한지로 빼곡한 전시판매장. 사진=유은영 작가
70여 종류에 달하는 안동 한지로 빼곡한 전시판매장. 사진=유은영 작가

한평생을 한지 발전과 보급에 바쳐온 이영걸 회장은 안동에서 태어난 퇴계의 후손이다. 어린 시절부터 지필묵을 곁에 두고 자란 그는 자연스레 충북 제천 한지 공장과 인연이 닿았다. 한지에 대해 알아갈수록 전통 한지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욕구가 커졌다. 최고의 한지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고향 안동으로 내려와 안동한지를 설립했다.

그의 뜨거운 의지와는 달리 현실은 열악했다. 그러나 이영걸 회장은 일제강점기 동안 끊어진 전통 한지의 맥을 다시 찾기 위해 전국으로 발품을 아끼지 않았고, 좋은 원료를 위해 닥나무를 재배하는 등 투자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전국 최대 한지 생산업체로 우뚝 성장했다.

 

사진=유은영 작가
옛날 방식대로 한지를 뜨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전통 제조 방식을 고수하는 안동한지. 사진=유은영 작가

◆ 전통 방식 고수하면서 현대화를 이루다

안동한지는 품목이 다양하다. 창호지에서부터 중지, 운용지, 벽지, 화선지, 족자 배접지, 장판지, 책지, 공예용 색한지 등 70여 종이 넘는다. 없는 제품도 주문만하면 제조가 가능하다.

10합(보통 한지를 10번 겹쳐 만든 것)의 한지는 물론 120호 사이즈까지 어떤 종류, 어떤 크기도 만들어 낸다. 수억 원대의 작품을 그리는 예술가들을 위해 특수 제작도 마다않는다. 전통의 제작 방식을 고스란히 지키면서 현대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이루어낸 결과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뜨기 체험은 최고의 인기. 사진=유은영 작가

이영걸 회장의 열정은 생산에만 그치지 않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한지체험관을 열었다. 공장을 견학하며 한지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지무드등 만들기와 손거울 한지 공예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인기 많은 것은 역시 한지 뜨기 체험이다. 닥나무 껍질, 펄프를 물에 풀어 그것을 대나무 발로 얇게 떠서 종이로 만드는 것인데, 서툴지만 자신이 만든 한지를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상설전시관에 전시된 닥종이 인형. 사진=유은영 작가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과 서울 운현궁 등에서 열었던 한지패션쇼는 빈자리가 없었다. 2009년부터 해마다 개최해 온 안동한지축제도 어느덧 11회를 맞이한다.

한지상설전시관은 한지로 만든 작품들로 가득하다. 나비장과 무드등 같은 갖고 싶은 한지 공예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귀여운 닥종이 인형과 귀한 한지 패션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사진=유은영 작가
작은 티 하나까지 골라낸 백닥. 사진=유은영 작가

◆ 영국여왕도 극찬한 안동 한지, 한지의 세계화에 앞장서다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지구촌 곳곳으로 넓히고 ‘한지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섰다. 그 결과 지난 2015년 한지의 우수성이 세계에 증명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전통 한지는 다른 종이와는 비교되지 않는 내구성을 가졌고, 최대 8000년까지 보존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밀라노 근처에 있는 교황 요한 23세 박물관 지구본을 한지로 복원하게 된 것도 이런 연구 결과 때문이다.

흔히 한지하면 전주를 떠올리지만, 전통 한지는 안동 한지가 최고다. 국보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복원용 한지로 쓰였고,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행사장을 장식했다. 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도 안동 한지에 반해 선물용으로 구입해갔고, 대만 공자묘에 서예 체험용으로 선정됐다.

 

사진=유은영 작가
순백의 안동 한지와 이영걸 회장. 사진=유은영 작가

정부가 추진한 전통 한지 재현사업 경연에 참가해서 조선시대 정조 친필 편지를 복원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국내 최고를 인정받으면서 나라의 각종 훈장 용지로 선택됐고, 해인사의 팔만대장경 영인본 한지로 선정되는 등 전국의 박물관과 유명 사찰의 문화재 복원에 사용되고 있다.

전통 기법의 천연 한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까지 그의 한지 사랑은 식지 않을 것이다.

 

사진=유은영 작가
안동한지공장 외관. 사진=유은영 작가

 

[안동한지 | 이영걸]

1988년 안동한지공장 설립
2001년 국보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 생산 문화재청에 납품
2004년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 고문서 복원용한지 납품
2005년 해인사에 팔만대장경 영인본 한지 납품
2010년 제2회 농어촌박람회참가 G20 행사장 안동한지로 도배장식
2010년 대한민국을 빛낸 21세기 한국인상 수상
2014년 초조대장경 복원간행사업에 한지 제조·납품
2015~17년 행자부 훈포장용한지 선정 납품
2016년 삼국유사 목판사업 제책용한지 생산 국학진흥원에 납품
2017년 경북도청, 안동시청 임명장용지 납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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