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지에 천년의 혼을 담는 사람들] 3. 오롯이 25년을 지켜온 천생연분 한지공예
[기획-한지에 천년의 혼을 담는 사람들] 3. 오롯이 25년을 지켜온 천생연분 한지공예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9.10.2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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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뜰한지공예마을 | 변현숙
사진=유은영 작가
디자인 특허를 얻은 하회탈 문양. 사진=유은영 작가

하나부터 열까지 손으로 작업해야 되는 고단한 한지 공예를 하면서 오롯이 한길을 걷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안동 봄뜰한지공예마을 변현숙 작가는 25여 년 동안 오직 한지 공예만 바라보며 한길을 걸어왔다.

다양하고 신선한 한지 공예품으로 가득 차있는 봄뜰한지 공방에서 변현숙 작가를 만나 그 비결을 물었다.

 

사진=유은영 작가
봄뜰한지에서 만난 변현숙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 25년 한지와 함께 해온 세월

“한지 공예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한지 한 장을 고르는 일부터 완성되기까지 온 마음을 집중하다보면 ‘하심(下心)’을 얻게 돼요. 근심 걱정은 사라지고 욕심도 내려놓게 되죠.”

한지 공예를 하면 할수록 행복하다며 환히 웃는 변현숙 작가의 얼굴에는 한지와 함께한 25여 년 세월의 희로애락이 은은하게 배어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작품에 필요한 한지들이 가득하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공예와의 연분은 2005년 어느 날 서울 인사동에서 시작됐다. 우연한 기회에 인사동을 갔다가 한지로 만든 호롱등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당시 친구들 사이에는 퀼트나 규방 공예가 유행이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한지 공예를 보는 순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날 이후 안동에서 서울까지 한지 공예를 배우러 다녔다. 먼 길이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배움의 욕심이 끝도 없어서 한지 공예 선생님을 안동으로 초빙해서 배우기도 했다. 다른 공예에 비해 시간과 돈이 많이 들어 주위에서 만류도 많았지만 소용없었다. 작품에 몰두해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

 

사진=유은영 작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손으로 작업한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공예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날 무렵, 그 기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봄뜰한지공예마을 문을 열고, 한지 공예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안동에서 처음 문을 연 한지 공예 공방이었다.

작품을 보러오는 사람이 줄을 이었고, 배우러 오는 사람도 많았다. 작품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작업하는 일도 두 배로 즐거웠다. 금방 입소문이 퍼져서 여기저기 수업요청이 쇄도했다. 관공서, 학교, 농촌기술센터, 재활치료센터 등에 강의 초빙을 받았고 영주, 청송, 영양 등 인근 도시는 물론 대구, 부산까지 수업하러 다니느라 눈코 뜰 새 없었다.

 

사진=유은영 작가
작업에 몰두한 변현숙 작가. 사진=유은영 작가

◆ 어려운 이들 위한 재능기부로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아

쉴 새 없이 수업을 다니면서도 지칠 줄 몰랐다. 지체 장애인들이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내일처럼 기뻤고, 매일 수업을 기다리는 수강생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치매 노인들과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면서 한지 공예 배우기를 정말 잘했다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한지 공예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향토사업을 펼쳤다. 안동 한지 ‘옛지’ 브랜드를 만들었고, 가톨릭상지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다양한 전시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안동 한지와 한지 공예에 대한 인식이 넓어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진=유은영 작가
전국안동한지대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화각함’. 사진=유은영 작가

변현숙 작가는 밀려드는 강의 요청과 대중화 사업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지만, 작품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몰랐다.

은 전통 조각보를 닮은 작품으로 사람들의 감탄을 한 몸에 받았다. 조각조각 재단한 합지를 오방색으로 곱게 염색한 안동포와 한지로 감싸서 완성까지 두석 달이 넘는 대작이다.

 

사진=유은영 작가
손수 문양을 내야 작품에 혼이 느껴진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 공예의 골격이 기계로 찍어 나오는 시대지만 그는 여전히 손으로 직접 재단한골격으로 작업한다.

“한지 공예는 단순히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혼을 불어넣는 거예요. 레이저기계로 찍어낸 문양은 혼이 느껴지지 않아요. 이제 돋보기 없이는 그 작업도 어렵지만, 내 손으로 문양을 오리고 만드는 게 좋아요.”

 

사진=유은영 작가
끊임없는 작품 연구에 디자인 특허만 3개를 갖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 안동의 얼 담은 하회탈 문양 개발해 특허를 얻다

24시간 오로지 작품 생각을 한다는 그에게 한지 공예는 천생연분이다. 밤낮없이 작품에 몰두한 결과 호주, 이탈리아, 프랑스 등 해외는 물론 크고 작게 개최한 전시회가 50회를 넘는다. 디자인 특허만도 3개를 가지고 있다.

 

사진=유은영 작가
조각가를 찾아다니며 만들어낸 하회탈 문양. 사진=유은영 작가

안동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 끝에 하회탈 문양을 제작했다. 조각하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양반탈, 부네탈, 색시탈 등 크고 작은 문양을 만들었다. 삼베나 한지 섬유로 문양을 개발하기도 하고, 옛 여성들이 사용하던 떡살로 문양을 넣어 전통의 멋을 표현해 내기도 한다.

 

사진=유은영 작가
한지섬유로 만든 신발로 경북공예품대전에서 수상했다. 사진=유은영 작가

다른 욕심은 없지만 작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는 그는 한지 섬유로 신발을 만들어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언젠가는 한지로 옷을 만들고 싶은 꿈을 수줍게 꺼내 놓는다. 패션쇼나 수의 등 특별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옷이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입고 다닐 수 있는 한지 옷을 개발하겠다고 한다.

한지만 생각하면 행복해진다는 변현숙 작가. 그가 만든 한지옷을 입고 한지 행복바이러스가 온 나라에 퍼지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사진=유은영 작가
봄뜰한지공예마을 외관. 사진=유은영 작가

 

[봄뜰한지공예마을 | 변현숙]

1999년 한지사범증 취득
2010~2019년 경북공예품대전 수상(특선, 입선)
2011~2017년 안동관광기념공모전 수상(동상, 특선, 입선)
2011, 2017년 대한민국한지대전 수상(특별상, 특선)
2011년 경북관광기념품공모전 특선
2017, 2019년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수상(특선, 입선)
해외전시 5회 및 국내 전시 50여 회
2009, 2012년 안동시장 표창장 수여
2015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수여
디자인 특허 3건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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