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전기자동차가 대세다
[김수종 칼럼] 전기자동차가 대세다
  • 김수종
  • 승인 2019.09.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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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의 단점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건 짧은 주행거리다. 전기차의 연료는 충전된 배터리다. 한 번 충전하고 갈 수 있는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짧다. 충전시간도 많이 걸리고 충전 시설도 아직 크게 부족하다.

휘발유나 경유로 가는 최신 승용차는 탱크 가득 채우면 경부고속도로(400㎞)를 왕복할 수 있다. 기름이 떨어지면 지천에 깔려있는 주유소에서 10분 내에 탱크를 채울 수 있다.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에 처음 전기차가 보급될 때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는 150㎞ 내외였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최소 300㎞를 넘고 대부분 400㎞ 이상이다. 현대차가 작년 팔기 시작한 ‘코나’의 공인 주행거리는 406㎞다.

전기차 주행거리 400㎞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전기자동차 전문가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회사가 운영하는 택시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00㎞ 내외입니다. 1회 충전 400㎞ 주행 가능한 전기차 택시는 에어컨이나 히터를 사용한다고 쳐도 재충전 없이 하루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보통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들은 이제 전기차를 구입해도 밤에 충전하면 이튿날 낮 동안 걱정 없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차 보급 확대를 막는 큰 분수령을 넘었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전쟁 등 여건 악화로 세계 경제는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자동차 시장 상황도 매우 나쁘다. 자동차 메이커들이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에 나서고 있다.

지금 독일에서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9월12~22일)가 한창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성이 높은 이 모터쇼도 자동차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인지 예년 같지 않다고 전해진다. 도요타 등 주요 메이커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출품하지 않았고, 많은 회사들이 전시장소 규모를 줄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전기자동차다. 과거 모터쇼에서 전기차나 친환경차는 미래의 콘셉트카 정도로 전시장 한 귀퉁이를 차지했었는데, 올해는 전기차가 당당히 쇼 무대의 중앙을 차지했다. 내연기관 시대에서 ‘전기차 시대’로 방향이 급속히 바뀌는 문명의 흐름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짚어내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이 흐름에 열심히 올라서고 있다. 이번 모터쇼에 전기차 모델 ‘45’를 내놓아 미디어의 주목을 끌었다. 1974년 처음 선보인 ‘포니’ 탄생 45년을 상징하는 이 전기차 모델은 한국에서도 전기차의 대량생산을 알리는 신호로 읽힌다. 최근 나온 전기차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세계 5위로 올라섰다. 수소차에 올인하고 전기차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생각하면 현대차가 긍정적인 신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와 관련, 미디어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자동차 회사가 폭스바겐이다. ‘디젤게이트’, 즉 최고경영자가 구속된 배출조작 사건으로 지난 3~4년간 자동차 시장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에 처했던 폭스바겐은 전기차 대량생산의 플랫폼(MEB)체제를 구축하고 과거 디젤차 메이커에서 전기차 메이커로 재등판했다. 폭스바겐의 환골탈태로 내놓은 전기차 모델이 'ID.3'다. 내년 판매될 이 모델은 예약을 받자 24시간 만에 1만대가 나갈 정도였다. 폭스바겐은 2차 대전 전 생산됐던 딱정벌레(Beetle)의 ‘국민차’ 이미지를 ID.3가 되찾기를 기대한다.

이 모터쇼에 참가한 르노, 벤츠, BMW, 아우디, 혼다 등 기존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나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모델에 중점을 두었다. 사실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부품이 30% 이상 줄어드는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일본 한국 중국이 각축을 벌여온 배터리 시장에 유럽이 컨소시엄을 통해 쟁탈전에 뛰어들고 있다. 르노가 1000만 원 대의 전기차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폭스바겐과 르노의 치열한 전기차 가격경쟁이 예상된다.

벤츠를 만드는 다임러 그룹의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은 모터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10년 내 모든 승용차는 전기차로 전환되고, 상용차는 전기차와 연료전지차(수소차)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 속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중국은 아직 기술은 뒤떨어져 있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디딤돌로 내연기관에서 뒤처졌던 자동차 산업을 전기차 시대에 앞서나간다는 비전과 전략을 갖고 있다. 이게 ‘중국제조2025’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앞으로 다가오는 자율주행차와 차량공유제도 역시 전기자동차 기초 위에 정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간 판매 기준으로 3%도 채 안 되는 전기차가 자동차 메이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말해 준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세계는 기후변화 속도에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자동차의 대세는 친환경차고 그 핵심이 전기차다. 속도 조절은 가능하지만 방향은 정해졌다. 한국의 산업정책이나 교통정책 당국자가 이런 시대흐름에 잘 부합하는 비전과 전략을 확고히 갖고 또 잘 교감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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