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온라인 커뮤니티 SLR.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SLR.

[블로그뉴스=이지영 기자]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아내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아들이 사고를 쳤으니 당장 집으로 와 달라며 울었다. ‘사고’라는 말에 가슴이 철렁했다. 순간 수많은 형사사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다시 아내와 통화 했다. 아내는 중학생인 아들이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임신시켰다고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둘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고 했다.

집에 들어서니 아내와 아들은 아들의 여자친구 부모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미 아내에게 전후 사정을 들었지만 아들에게 다시 한 번 사건의 정황을 물었다. 아들은 여자친구와 부모님이 없는 집에서 성관계를 몇 번 가졌고, 그게 임신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아들은 여자친구의 동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재차 강조했다. 불안한 마음에 혹여나 ‘몰래카메라’ 같은 걸 찍거나 협박을 했냐고 물었지만 아들은 그런건 아니라고 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아들을 보니 얼굴이 엉망이었다. 아들은 여자아이의 아버지에게 맞아 입술이 터져 있었다. 여자아이의 부모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소리를 질렀다. “임신이 확실하냐”고 물었다. 초음파 사진도 요구했다. 그러자 여자아이 부모는 “그게 지금 여기서 할 소리냐”고 더욱 크게 소리를 쳤다.

화가 났다. 아들이 잘한 것도 없지만, 그 여자아이와 서로 합의해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닌가. 성폭행한 것도 아니고 서로 잘못했는데 왜 아들만 죄인취급을 당해야 하는가. 여자아이 부모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 상황은 이해할 수 없다.

위의 사연은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40대 남성의 사연을 각색한 것이다. 이 남성의 아들은 여자친구 부모로부터 폭행당해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글쓴이에 따르면 아들의 행동에는 모든 책임을 진다는 계획이다. 아이를 출산할 경우 양육비 지불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며, 양육권은 법원의 판결을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자아이 부모의 폭행과 무단 주거침입 등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도 고민에 빠졌다. 누구의 잘못을 판가름 할 사연일 아니라는 게 대세다. 문제는 피임방법 등 현실적인 성교육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누리꾼들은 “딸 아버지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둘다 잘못한 것”, “성교육할 때 콘돔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남자쪽 아버지 말도 맞는 말이고, 여자쪽 아버지 입장도 이해간다”, “서로 좋아서 그랬음 둘다 똑같이 책임져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최근 청소년들의 성관계 평균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지만, 피임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청소년 6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 자 중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만 13.6세로 조사됐다.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였으며, 이 중 피임 실천율은 51.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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