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천연염색공방 김춘희 대표

 

김춘희 천연염색공방의 김춘희 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김춘희 천연염색공방의 김춘희 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블로그뉴스=옥지원 기자] 일주일에 한 번 합창단 연습에 나간다. 6일은 공방 문을 열고, 매일 아침 운동을 한다. 이 모든 게 좋아서 하는 일이고,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이미 경력은 충분하지만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배움의 장에 나가 교류를 하다보면 분명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하나씩은 있다.

감사하면서 사는 삶,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을 누릴 줄 아는 김춘희 대표를 김춘희천연염색공방에서 만났다.

그윽하고 깊은 천연염색의 색상. 사진=김숙현 작가
그윽하고 깊은 천연염색의 색상. 사진=김숙현 작가

손녀를 위해 지은 감물 염색 저고리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늦가을 아침, 김춘희천연염색공방을 찾았다.

공방 안에 구수한 차 내음이 가득하다. 손님을 위해 무말랭이 차를 끓이는 중이라고. 편안하고 따뜻한 차처럼 푸근한 인상이다.

천연염색에 눈을 뜬 건 2005년의 일이었다. 흔하게 살 수 없는 나만의 색깔을 담은 스카프를 갖고 싶은데 시중에는 화학 염료만 팔고 있었다.

그때 대학에서 천연염색을 가르치며 안동 지역의 천연염색 문화를 선도하던 신계남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됐다.

염색수업을 들으며 몰랐던 염색의 깊고 신비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됐다.

그 만남을 지금도 계속 유지하며 새로운 염색법이 생겼을 때는 특강 등을 통해 꾸준히 배우고 있다.

국회의사당에 전시했던 대형 걸개. 사진=김숙현 작가
국회의사당에 전시했던 대형 걸개. 사진=김숙현 작가

공방은 김 대표가 직접 만든 작품으로 빼곡하다. 3색 태극무늬를 닮은 디자인의 대형 걸개는 2014년 국회의사당에 전시했던 작품이다.

그 옆으로는 앙증맞은 잔꽃무늬 저고리가 보인다. 손녀 한복을 만드는 중인데 저고리만 완성하고 치마는 아직이다.

아이가 보더니 치마도 없이 저고리만 꿰어 입고는 벗을 생각을 않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빨리 치마까지 해서 입힐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손수 염색해 손녀를 위해 지은 저고리. 사진=김숙현 작가
손수 염색해 손녀를 위해 지은 저고리. 사진=김숙현 작가

저고리는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 감물을 들였다.

감물염색은 항균, 방염, 아토피에 좋고, 자외선 차단도 된다. 방충 효과가 있어 감물 염색 옷을 입고 나가면 모기에 잘 물리지 않는다고.

감물에 옷감을 넣고 거품이 날 때까지 밟아주거나 손으로 치대어 염색을 한다.

햇빛에 널어 말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색이 짙게 나오는데 태양의 마법 같아 신기하다. 감물염색은 말릴 때 접거나 꼬거나 하는 방식으로 무늬 만들기가 쉽다.

김춘희 천연염색공방 실내. 사진=김숙현 작가
김춘희 천연염색공방 실내. 사진=김숙현 작가

아담하지만 꽉 찬 공방
공방은 가림막을 세워 안쪽은 작업실로 쓰고 있다. 염색한 천이며 실이 손닿는 거리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염색은 다른 곳에서 작업한다. 여기서는 바느질, 재봉틀 작업만 한다.

염색이든 바느질이든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하면 만족도 높은 작품이 나오기 마련이다.

공방은 아담하지만 공간 활용을 잘해 어수선하지 않고 작품들이 제각각 맞는 위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과감하게 먹으로 무늬를 넣은 원피스도 있고 손길이 가는 귀여운 소품도 많다.

다양한 브로치는 축제장에서 인기 품목. 사진=김숙현 작가
다양한 브로치는 축제장에서 인기 품목. 사진=김숙현 작가

앙증맞은 크기의 버선을 매달고 있는 키링, 삼베에 쪽물을 들여 만든 장미 브로치, 부를 상징한다는 부엉이 브로치, 자수 브로치도 눈길이 간다.

“천연염색은 천 위에 어떤 색이든 원하는 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두 가지를 섞어 다른 색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어요. 브로치도 천연염색으로 곱게 물들여서 만드니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무척 인기가 많아요.”

염색에도 트렌드가 있는데 요즘은 무늬염이나 복합염이 대세다.

김춘희 대표도 마침 먹물로 무늬를 내고 소목을 여러 차례 염색해 깊은 붉은 색을 낸 원피스를 만들어 입고 있다.

소목은 색은 예쁘지만 견뢰도가 약해 색이 잘 빠진다. 먹염을 같이 하니 소목도 힘이 생겨 견뢰도가 높아진다고.

먹염은 구김을 잡는대로 무늬가 나와 신비롭다. 사진=김숙현 작가
먹염은 구김을 잡는대로 무늬가 나와 신비롭다. 사진=김숙현 작가

김춘희 대표는 요즘 먹염을 좋아한다. 옷 자체에 특별한 디자인이 없어도 먹 무늬가 있어 디자인적인 요소가 되고 오래 입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염색이 오래 유지되고 이중 염색을 할 때도 잘 어울린다.

공방 앞에 내다 놓은 천은 전날 작업한 것인데 무늬가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무늬를 낼 때 천을 구기는 방법을 직접 보여준다.

먹염을 하느라 손끝에 먹물이 들었다. 사진=김숙현 작가
먹염을 하느라 손끝에 먹물이 들었다. 사진=김숙현 작가

천연염색은 염색을 하기 전 천을 준비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정련 작업이라고 하는데 천을 물에 씻어 불순물을 없애는 과정이다.

옷감의 종류에 따라 온도를 달리하는데 안동포의 경우 비눗물에 푹푹 삶기도 하고 비누 없이 맹물에 여러 차례 삶기도 한다.

안동포를 짤 때 날실에 베매기를 하면서 풀을 먹이고, 또 베 짜는 과정에서도 불순물이 많이 붙는다.

불순물이 다 떨어지고 풀기도 완전히 빠질 때까지 끓이고 씻기를 반복하기에 쉽지 않는 작업이다.

공방 입구에서 김춘희 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공방 입구에서 김춘희 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매일 운동으로 합창하고 작업할 힘도 얻어
정련 과정이 귀찮고 힘들지만 이때 대충하면 염색이 고루 들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과정에 정성을 들이는 수밖에 없다.

늘 기운차게 일하고 힘든 염색 작업에도 끄떡없는 건 하루도 거르지 않는 운동 습관 덕분이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기상해서 3시간씩 아침 운동을 해요. 덕분에 아주 건강하죠. 일주일에 한번 연습하는 청춘합창단은 6·70대가 참여하는데 체력이 약하면 노래 연습도 힘들어요.”

몇 시간씩 합창을 하느라 끝날 무렵에는 다들 지치는데 김춘희 대표는 힘든 줄 모른다. 오히려 연습하는 날이 기다려진다.

김춘희 천연염색공방 외관. 사진=김숙현 작가
김춘희 천연염색공방 외관. 사진=김숙현 작가

안동을 대표하는 큰 축제인 안동국제탈춤축제는 해마다 참가한다. 부스도 열고 천연염색 패션쇼에 빠지지 않으려고 애쓴다.

시청에서 부스 설치를 신청하라고 연락을 해 오면 거절하지 않고 매번 수락한다. 보통은 축제가 사흘이면 끝나는데 안동국제 탈춤축제는 열흘이나 한다.

올해 2018년 행사는 돌풍이 불고 비가 내려 날씨가 좋지 않은 날도 있었는데 그럴 때도 꼭 부스를 열었다.

날씨가 나쁜 날에도 축제장을 찾는 관람객이 있는데 부스가 다 문을 닫아버리면 애써 찾아온 보람도 없이 얼마나 아쉽겠냐는 것. 시작한 일에는 최선을 다하자는 게 그의 철학이다.

“동창들은 지금까지 일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저를 부러워해요. 저 역시 할 일이 있고, 내가 만든 옷이나 소품을 보고 예쁘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참 행복하고 감사하죠.”

 

[김춘희천연염색공방 김춘희]
안동관광기념품공모전 입상 다수,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입선, 경북공예품대전 특선
2011년 한국·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전시회 참가(브리즈번)
2014년 안동공예협동조합 회원전
2014~2018년 선비의 멋 천년의 숨결 온고지신전
2015년 인문의길 위에서 공예의 가치를 보다전
2016년 천년의 숨결 국제교류 전시(프랑스 파리)
2017년 안동공예협동조합 프랑스 파리 앙코르전
2017년 인문의 길 위에서 공예의 가치를 보다전
2018년 천년의 숨결 국제교류 전시(이탈리아 베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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