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물세상 박미옥 대표

고운물세상의 박미옥 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블로그뉴스=옥지원 기자] 아담한 산을 뒤에 두르고, 바람이 쉬어가는 들녘을 앞에 거느린 마을 울진 평해읍 학곡리. 

마을 입구에 얌전히 자리한 천연염색공방 고운물세상은 한가로운 시골 풍경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늦가을의 밤색 같이 따스하면서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고운물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늘 가까이 천연염색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박미옥 대표의 마음이 담긴 공간이다.

천연염색의 늪은 눈부시고 아름답다. 사진=김숙현 작가
천연염색의 늪은 눈부시고 아름답다. 사진=김숙현 작가

천연염색은 아름다운 늪
박 대표가 천연염색을 만난 건 지난 2005년의 일이다.

“당시에는 한지공예를 했어요. 그때만 해도 판매하는 한지의 색상이 제한적이었어요. 내가 원하는 은은한 색을 한지에 입히고 싶어 천연염색을 시작한 거죠. 배울 때는 종이가 아니라 천에 염색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차츰 천연염색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울진에서는 천연염색을 배울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 알아보며 찾아낸 곳이 부산에 있는 신라대학교 천연염색 아카데미. 

2년 과정을 수료하는 내내 이론 수업은 물론 실습, 논문 발표까지 힘들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박 대표는 추억한다. 

주먹구구식의 염색이 아닌 과학적인 접근법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고. 

우연에 의해 멋진 색상이나 무늬가 나올 때도 있긴 하지만 천연염색을 가르치고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늘 같은 색을 낼 수 있는 재현성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천연염색은 늪 같아요. 단, 아름다운 색상들로 가득한 늪이죠. 하면 할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되거든요. 목표하는 색깔이 마음대로 나오지 않아서 애가 닳아서 자꾸자꾸만 하게 됩니다. 물론 원하는 색상이 나오면 그 기쁨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죠.”

천연염색, 한지공예, 민화 등으로 꾸민 현관. 사진=김숙현 작가
천연염색, 한지공예, 민화 등으로 꾸민 현관. 사진=김숙현 작가

박미옥 대표는 호기심이 많고 도전을 즐겨한다. 

한 가지를 알게 되면 모르는 게 또 생겨 호기심이 일고, 더 배우고 싶어진다고. 신라대학교 천연염색 아카데미를 수료한 이후에도 전문가 과정, CEO 과정을 계속해서 공부한 것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쳐서다.

2010년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때를 되돌아보면 무슨 용기였던가 싶단다. 

천연염색으로 모든 색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1년을 준비해서 연 전시였다. 

그때보다 염색 기술은 훨씬 발전했지만 지금 개인전을 하라고 하면 오히려 못할 것 같다며 손사래를 친다. 초심자의 패기에 박 대표 특유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전시였다.

전시 작품 가운데 몇 개는 지금도 공방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다. 

벽면을 가득 채운 걸개는 마치 천연염색으로 만든 무지개인 듯 곱다.

서까래 천장이 인상적인 공방 내부. 사진=김숙현 작가
서까래 천장이 인상적인 공방 내부. 사진=김숙현 작가

젊은 층에 어울리는 천연염색 제품 만들고 파 
‘고운물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덕에 단골도 꽤 생겼다.

단골들은 공방으로 직접 찾아와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백암온천 한화콘도 내 특산물판매장, 덕구온천 내 친환경농수산물홍보판매장, 울진버스터미널 내 울진군특산물전시판매장 등에서도 제품을 판매한다. 

여행객들은 이런 판매장을 통해 고운물세상을 접하고 천연염색의 아름다운 빛과 품질에 반해 제품을 구입하곤 한다. 

한때 온라인 판매도 했었지만 꾸준한 관리와 제품 업데이트가 힘들어 지금은 쉬고 있다고.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염색 체험을 하려면 공방으로 직접 찾아가는 게 최고다.

한번 염색한 스카프에 문양을 넣기 위한 작업. 사진=김숙현 작가
한번 염색한 스카프에 문양을 넣기 위한 작업. 사진=김숙현 작가

색깔이 너무 곱다면서도 천연염색 제품이 비싸다고 불평을 토로하는 이들도 천연염색 체험을 직접 해보고, 제작 과정을 듣고 나면 비쌀 수밖에 없다는 데 수긍하곤 한다. 

원하는 색을 얻기 위해 서너 번 염색하는 것은 기본, 스무 번이 넘게 할 때도 있고, 그때마다 물로 씻는 과정 역시 거쳐야하므로 스카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정성을 보면 비싸다는 말이 쏙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천연염색을 한 번이라도 체험해 보고, 제품을 한 개라도 사용해본 이들이 다시 천연염색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은은한 색상의 맛을 아는 이들이 주 고객이다. 화학염색에 비해 건강에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한 천연염색 넥타이. 사진=김숙현 작가
다채로운 색상으로 표현한 천연염색 넥타이. 사진=김숙현 작가

박미옥 대표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도 천연염색 제품을 판매할 방법을 늘 모색 중이다. 

디자인, 색상, 판매경로를 늘 고민하고 다양하게 시도하지만 아직까지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지인들은 그런 박 대표를 보고 젊은 애들이 뭣하러 비싼 천연염색 제품을 사겠냐며 쓸데없는 데 힘 빼지 말고 중장년층한테나 잘 팔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여전히 젊은 감각의 제품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울진의 상징 금강송을 직조해 넣어 디자인 등록한 원단. 사진=김숙현 작가
울진의 상징 금강송을 직조해 넣어 디자인 등록한 원단. 사진=김숙현 작가

지역 감성 담은 금강송 디자인
고운물세상의 제품은 소품 위주다. 

스카프와 모자, 두건이 주를 이루고 의류, 침구류도 있다. 두건을 찾는 이들이 은근히 많은데 정작 본인은 두건을 쓰지 않는다고. 

또 천연염색은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의 머리카락은 염색하는 게 싫어서 흰머리가 섞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손수 염색해서 지어 입은 옷에 빛 고운 스카프, 흰 머리카락의 박 대표를 보면 자연의 시간 그대로 살아온 삶을 보는 듯하다.

천연염색을 해오는 동안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인 고단함보다는 제품 디자인이라고.

원단과 색상에 딱 맞는 디자인에 대한 고민 등으로 잠시 정체기에 빠지기도 했던 박 대표는 최근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원하는 색을 만들어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원하는 색을 만들어낼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대표. 사진=김숙현 작가

금강송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등록과 고운물 세상을 상표 등록했기 때문.

패션 쪽은 워낙에 디자인을 카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의상 디자인을 등록하는 예는 거의 없다. 

박 대표가 등록한 것은 원단에 금강송 나무와 솔잎 문양이 나타나도록 직조한 것이다.

이 두 가지 원단에 다양한 색을 입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금강송은 울진을 대표하기에 지역 감성을 녹여낸 디자인이라는 자부심이 크다.

“평생에 단 한 번의 만남 또는 생애 단 한 번뿐인 일을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해요. 단 한 번의 만남이라니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천연염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을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대하려고 늘 노력해요.”
 

[고운물세상 박미옥]
2010년 천연염색을 생활 속에 가까이展((개인전)
2008~2011년 신라대학교 회인 동인전 등 다수 참가
2005년, 2009년울진 친환경 엑스포 참가
2009년, 2012년 대구패션페어 참가
2011년 신라대학교 천연염색 전문가 과정 수료전
2012년 섬유아트 이야기展
2013년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참가, 우리색 우리멋展
2014년 천연염색 CEO과정 수료 및 수료전
2015년 천연염색 디자인을 입고 감성에 물들다展
2018년 경북 천연염색 상하이 전시회 참가, 고운물세상 상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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