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9.나무에서 마음의 소리를 찾다
[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9.나무에서 마음의 소리를 찾다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8.10.3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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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뉴스=최정은 기자] 깊은 산사에 가면 마음을 울리는 소리가 있다.

절집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청아한 목탁 소리에 마음 그득 쌓인 먼지는 날아가고 머리는 맑아진다.

척박한 세상에 맑은 울림을 전하는 목탁처럼 40년 넘는 세월 동안 참선하듯 목탁을 깎고 다듬어온 김덕주 장인을 만났다.

그곳에서 세상에 참된 목탁 소리가 끊기지 않도록 오롯이 정도를 가겠다는 장인의 의지처럼 깊고 청정한 울림의 목탁 소리를 들었다.

공모전에 출품 됐던 목탁. 사진=민혜경 작가
공모전에 출품 됐던 목탁. 사진=민혜경 작가

산사에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에 마음이 열리다, 참선의 목탁
김덕주 장인이 목탁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열여덟 살 때다.

대구의 한 목공소에서 가구 일을 배우던 소년은 어느 날 들려오는 목탁 소리에 끌리듯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목탁 소리를 따라 찾아간 곳은 절이 아니라 목탁 제조 공장이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목탁과의 만남이었다.

1970년대 후반 목탁 제작의 권위자였던 박영종 장인의 가르침을 받으며 10여 년간 목탁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대구에서 잠시 공장을 열었다가 고향인 영천으로 돌아와 자나 깨나 목탁을 손에서 놓지 않고 매달린 지, 40년이 훌쩍 넘었다.

생활 소품처럼 꾸준히 팔리는 물건이 아니었으니 형편이 어려운 세월도 많았다.

출가했더라면 아들의 목탁을 살 수 있었을 거라며 안타까워했던 부친과 나뭇값을 대기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던 부인과 초라한 공방을 찾아와 후한 덕담으로 위로해 주던 스님들이 모두 그의 목탁을 지지하고 응원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참선목공예 전시장은 스님들이 찾아와서 담소를 나누다 가는 사랑방이다.

김덕주 장인이 목탁 채를 깎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김덕주 장인이 목탁 채를 깎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세상에 맑은 울림 전하는 목탁 같은 사람이 돼라, 장인의 목탁
경북 영천시 남부동 경부고속도로 영천IC 부근에 있는 참선목공예 공방은 김덕주 장인의 명성에 비교해 소박하지만, 제대로 만든 ‘명품 목탁’이 탄생하는 곳이다.

“재료 구매부터 말리기, 공정 등의 과정을 거치며 목탁이 만들어지는데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나무에서 살아있는 소리가 나오려면 예술가의 혼이 함께 들어가야 합니다.”

목탁을 만드는 나무로는 단단하면서 무겁지 않은 벚나무를 쓴다.

목탁을 만드는 과정은 인고의 과정이다.

나무는 말리고 삶고 찌는 과정을 반복한 뒤, 엄선한 나무만 쓸 수 있다.

통나무를 절단해서 목탁 모형을 뜨고 구멍을 뚫어 안의 나무속을 잘 비워낸다.

이제부터 목탁의 생명인 소리 작업이 시작된다.

목탁 안을 제대로 비워내야 소리가 맑게 나기 때문이다.

조율을 어느 정도 맞추고 나면, 목탁을 견고하고 알맞게 말리는 과정이 남았다.

목탁을 말리는 과정에서 세심한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목탁은 다시 운명의 갈림길에 선다.

후계자인 아들과 함께 작업 중인 김덕주 장인. 사진=민혜경 작가
후계자인 아들과 함께 작업 중인 김덕주 장인. 사진=민혜경 작가

김덕주 장인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은 허름한 창고 안에 숨어있다.

수백 개의 목탁이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건조실이다.

나무판자에 전기장판을 깔고 차곡차곡 목탁을 올린 뒤 겹겹의 이불을 덮어놓는다.

석 달 열흘간의 건조 과정을 거쳐 목탁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완성된 목탁은 끌로 속을 파내면서 정교하게 음을 찾는다.

저음에서 고음까지 7음이 나오는데, 묵직한 소리와 맑은소리에서 깊은 울림을 자아내는 소리까지 다양하게 표현된다.

김덕주 장인이 만드는 목탁은 지름 8㎝부터 30㎝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마무리는 전통 옻칠과 천연오일로 마감한다.

목탁의 건조 과정. 사진=민혜경 작가
목탁의 건조 과정. 사진=민혜경 작가

옻칠로 목탁의 견고함을 높인 건 그가 처음 개발하고 시도한 작업이다.

목탁은 불교 생활에서 쓰이는 스님들의 법구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소장품으로도 가치를 갖는다.

‘세상에 맑은 울림을 전하는 목탁과 같은 사람이 돼라’는 의미가 담긴 목탁은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는 선물용으로 사랑받는다.

전시용 목탁은 따로 주문 제작되는데, 장식용으로도 아름답고 의미가 있어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동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목탁을 만들었지만, 목탁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모두 다릅니다. 이젠 목탁 소리만 들어도 나무속을 얼마나 깊이 팠는지 얕게 팠는지 가늠이 되니까요. 비가 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아 손을 놓습니다. 목탁 만드는 일은 하면 할수록 힘이 들고 배움에도 끝이 없어요.”

목탁 깎기를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지만 1년을 버티기 힘들 정도다.

환풍 시설 빼고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작업 환경 속에서 그는 오늘도 변함없이 목탁을 깎는다.

참선목공예 전시장이자 공방. 사진=민혜경 작가
참선목공예 전시장이자 공방. 사진=민혜경 작가

중국산 목탁이 헐값에 판치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명품 목탁을 제작하며 마음마저 닦는다는 김덕주 장인에게는 누구보다 듬직한 후원자가 있다.

공예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전통 목탁을 전승해 가업으로 이어나갈 후계자인 아들이다.

그는 앞으로 목탁 상품 개발에 집중해서 관광기념품으로 개발한 전통 목탁 소품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또한 절의 법구인 ‘목어와 풍경’의 물고기 모양을 가져다 우리나라 최초로 접목한 어형목탁을 통해 목탁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일에도 힘쓸 생각이다.

“목탁을 만드는 건 나무속에서 소리를 찾는 일입니다. 목탁은 계절의 변화와 습도에 따라 소리가 변하는데, 생명이 있는 나무라 날씨의 영향을 받는 겁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안을 잘 비우고 깎아내야 밖으로 나는 소리가 맑은 법이죠. 나무속을 파낼 때 좀 더 마음을 비우고 묵묵히 작업하다 보면 언젠가 더 아름다운 목탁 소리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참선목공예 김덕주]
1988년 참선목공예 대표
2002년 전국 관광기념품 대전 특선
2007년 대한명인 전통목탁 선정
2012년 삼성현 미술대전 불교부문 특선
          대한명인 인간문화재 명장전 초대전
2013년 경상북도 공예품 대전 특선
2014년 독도국제 기념품 공모전 심사위원
2015년 대한민국 숙련기술전수자 선정
2017년 BBS 불교방송 목탁장인 방송 출연
          대한명인 경북지회장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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