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5.영혼을 깨우는 목탁 소리
[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5.영혼을 깨우는 목탁 소리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8.10.16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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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뉴스=최정은 기자]고즈넉한 산사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 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안다.

종교가 있든 없든 푸른 녹음이 가득한 산사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목탁 소리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삭막한 마음에 위안이 된다는 것을.

불교의 자비심을 목탁에 불어넣는 작업을 하며 목탁으로 인생을 살았다는 영천목탁공예의 안종식 장인을 만났다.

청아하면서 무게 있는 음을 찾는 것이 삶의 화두가 되었다는 그의 목탁 소리는 전국의 사찰은 물론 해외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살구나무 목탁에 옻칠을 더한 모습. 사진=민혜경 작가
살구나무 목탁에 옻칠을 더한 모습. 사진=민혜경 작가

불교의 자비심을 담아 영혼을 깨우는 목탁을 만들다, 영천목탁 공예
“이른 아침, 공양을 올리기 전, 고즈넉한 시간에 제가 만든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예리한 눈과 숙련된 감각과 욕심을 버린 마음이 삼위체가 되어야 목탁이 완성됩니다. 그런 준비가 있어야 목탁의 두께 가늠과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속을 파내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그가 목탁 공예를 하게 된 것은 고향인 청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목탁 제작 사업을 하던 부친의 권유로 목탁 공예를 시작했다가 부친이 작고하자 전국을 떠돌며 목탁 기술을 연마했다.

그 후 10년을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을 떠돌며 기술을 익혔다.

그러다 목탁 제작의 대가였던 의산 스님을 만나 제작에서 소리 판단에 이르는 기술을 전수했다.

그때는 기술뿐만 아니라 불교의 자비심을 목탁에 불어넣는 시간을 배울 수 있었다.

안종식 장인이 목탁의 가장 중요한 소리를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안종식 장인이 목탁의 가장 중요한 소리를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1990년에 영천에 정착하고 ‘영천목탁공예사’를 열었다.

“목탁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목탁 백 가지면 백 가지 소리가 다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소리에 어느 정도 접근하느냐가 기술입니다.”

목탁 공예의 백미는 ‘속 파기’ 작업이다. 방심하는 순간 흠집이 나거나 깨어지기 때문에 숙련된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 두께를 일정하게 처리하려면 10년 이상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

하루에 만드는 목탁은 10여 개 안팎이다. 그렇다고 모두 목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완성된 목탁을 두드려서 소리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모양이 좋아도 주저 없이 땔감으로 밀려나고 만다. 목탁의 생명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안종식 장인이 목선반의 띠톱으로 목탁의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안종식 장인이 목선반의 띠톱으로 목탁의 형태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버리는 것이 있어야 제대로 된 목탁을 얻는다, 입술목탁 특허 출원
목탁 재료로는 산 살구나무와 대추나무, 은행나무, 박달나무 등이 있는데, 안종식 장인은 산 살구나무를 고집한다.

살구나무는 숨구멍이 없고 타격 시 충격에 강하기 때문이다.

살구나무를 구하기 위해 한해에도 수차례 전국을 헤매는 그는 좋은 재료 선택이 좋은 목탁을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살구나무는 뿌리에서 베어진 상태로 약 3년의 세월을 보내야 목탁의 소리를 얻는다.

1년은 숙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후 가운데 심지는 빼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마솥에 삶는다.

나무의 진을 빼내고 비틀림을 막기 위한 작업이다.

안종식 장인이 목선반 기계로 살구나무를 가공하는 모습. 사진=민혜경 작가
안종식 장인이 목선반 기계로 살구나무를 가공하는 모습. 사진=민혜경 작가

그러고 나서 다시 1년을 말린다. 그다음에 1년이라는 시간은 목탁으로 모양이 빚어지는 시간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지만, 각별한 불심으로 꼼꼼하고 정성스럽게 작업을 진행한다.

가장 어려운 ‘속 파기’ 작업은 늘 애를 먹인다. ‘아차’하는 순간에 흠집이 나거나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버려야 하는 목탁은 모두 나무를 삶는 아궁이 속으로 보낸다.

그는 버리는 것이 있어야 제대로 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만드는 목탁은 종류도 다양하다. 새벽 예불 127전의 대웅전과 마당을 돌면서 치는 도량목탁, 예불을 올릴 때 쓰는 정근목탁, 승가대학과 대웅전에서 쓰는 좌대목탁 등이 있다.

그가 만든 목탁의 특징은 목탁 가운데가 볼록 솟은 이른바 입술목탁이다.

일반 목탁보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낸다고 한다.

과정이 비교적 어렵고 실패율도 높지만, 그만의 자부심으로 만드는 목탁이다.

그는 목탁의 입에 해당하는 음구 주변에 도톰한 돌출부를 만들어 목탁이 변형되거나 갈라지지 않도록 했다.

목탁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실용신안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영천목탁공예 공방의 실내 모습. 민혜경 작가
영천목탁공예 공방의 실내 모습. 민혜경 작가

그는 경북 관광기념품 경진대회 1회부터 7회까지 특선과 입선 등을 수상하고 다수의 전시회를 했다.

그 외에도 대구시 공예품 경진대회에서 특선,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서 입선, 경상북도 선정 신지식인으로 뽑혔다.

안종식 장인 역시 불자로 살지만, 목탁 공예 일의 성격상 안 가본 사찰이 없다.

스님마다 원하는 목탁의 음색이 다르기 때문에 기호와 용도에 맞는 목탁 연구에 늘 신경을 쓴다.

최근에는 용이나 연꽃 등의 디자인을 개발 중이다.

어릴 때부터 목탁 공예 공방에서 성장한 아들은 직장 생활을 하다 아버지의 가업을 잇겠다고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아 아버지가 만든 목탁에 아름다운 연꽃을 조각한다.

하루에 5개씩 새겨 넣을 수 있다고 하니 집중력과 치밀함도 대를 이어 가는 모양이다.

장인의 목탁은 오늘도 수행하는 스님의 마음으로 고즈넉한 공방에서 청아한 소리를 울린다.


[영천목탁공예사 안종식]
1996년 입술목탁 특허출원
1997년 경북관광기념품 경진대회 은상 수상
2000년 경북관광기념품 경진대회 장려상 수상
          신지식인 선정
2001년 경북관광기념품 경진대회 동상 수상
2005년 영천공예협회 회장
2006년 전국 공예품 경진대회 입선
2007년 영천시장 표창장 수상
          은혜사 주지 법타스님 감사패 수상
2010년 목탁 디자인 특허 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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