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1.금속의 무한한 변화, 철학을 만나다
[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11.금속의 무한한 변화, 철학을 만나다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8.10.02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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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뉴스=최정은 기자] 예술의 길은 험하다. 명성을 떨치고 후원을 받거나 제값으로 작품을 팔기는 쉽지 않다.

심신은 작업에 몰두하지만 배는 늘 고프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분야를 놓을 수는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배불리 먹어도 의미 없기 때문이다.

예술을 해야 하는 작가의 숙명이고, 이는 곧 예술가의 철학이 된다.

차가운 금속에 따스한 입김을 불어넣는 김기덕 작가의 작품과 삶을 만나보자.

실생활에 활용되는 김기덕 작가의 작품들. 사진=김애진 작가
실생활에 활용되는 김기덕 작가의 작품들. 사진=김애진 작가

작은 쇠붙이가 작품이 되는 길
다양한 종류의 작품이 켜켜이 쌓인 공방 안, 왁자지껄 이야기 소리가 가득하다.

칠보 체험시간이다. 작가의 작업실은 안동공예문화전시관 별관에 있다.

김기덕 작가는 안동공예작가협회원으로 이곳의 공간을 사용하며 금속공예 체험수업을 진행한다.

어린아이도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은 액세서리용 칠보 체험이다.

칠보는 금, 은, 유리, 파리 등 7가지 보석 빛깔로 색을 입히는 전통 채색기법이다.

체험은 소지라 부르는 만들어진 금속 위에 칠보를 입혀 예열된 전기로에 굽고 식히면 완성된다.

작가는 주의사항과 만드는 방법 등을 설명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김기덕 작가가 금속공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애진 작가
김기덕 작가가 금속공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애진 작가

“소지가 작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과 색을 입히는 것은 쉽지 않아요. 바탕색을 하나로 정해 가득 메우고 그 위에 다양하게 색색이 올리면 좀 더 예쁜 완성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색이 완성되면 제가 전기로 가마를 이용해 잘 구워드릴게요. 작품 하나하나 만든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망가지면 안 되죠. 가마에서 나온 칠보는 무척 뜨거우니 각별히 주의하세요.”

아이가 꾸민 칠보 색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김기덕 작가에게 그것은 똑같이 하나의 작품이다.

어떤 마음으로 색을 입혔건 모든 마음은 소중하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설명을 들은 아이들과 어른들은 온 집중을 다해 칠보에 색을 입힌다.

원하는 모양으로 완성되건 생각지 못한 결과가 나오건 만드는 과정도 그대로 예술이다.

찬 기운이 느껴지는 금속을 가지고 만드는 작가의 작품들에 온기가 스며있는 이유다.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곧 작품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금속공예 작업실. 사진 김애진 작가
금속공예 작업실. 사진 김애진 작가

무한한 변화, 금속의 가능성
금속은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가능하다. 어떤 재료와도 어울릴 수 있다.

공방에 가득한 작품들의 특징은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지만 크기나 모양을 달리하고 덧붙이는 보석을 바꾼다거나 다양한 여러 재료를 혼합하는 작가의 작업 방향이 더 큰 이유다.

거기에 전통 문양부터 현대의 기하학 모양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디자인적 감각도 한 몫 한다.

“또 불을 쓰는 작업이잖아요. 불은 절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요령은 생기죠. 대체로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예측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상했던 결과가 고스란히 나오는 경우는 드물죠. 불을 써야하는 것, 그래서 금속공예가 더 매력적인 것 같아요.”

작업실 곳곳에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폐병들이 가득하다.

금속 외에 작가가 활용하는 재료 중 한 가지는 쓰레기다.

일명 정크아트로 불리기도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조금 다르다.

버려지는 것들에 금속을 입히면 생활에 필요한 용품이 된다. 그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앞길의 행복을 기원하는 선물이란 뜻의 ‘비나리아토’라는 명칭도 맥을 같이 한다.

“감상하는 작품도 중요해요. 그 안에 어떤 철학, 세상을 향한 문제 제기 같은 것들이 담겼다면 그런 작품 역시 보는 것으로 끝나는 작품은 아닐 거라 믿어요. 하지만 저는 더 나아가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작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무용지물은 말 그대로 쓸모없지만, 작품이면서 활용할 수 있다면 생활 속에 예술은 지속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 작업들도 대부분 활용할 수 있는 작품들이고요.”

김기덕 작가가 칠보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애진 작가
김기덕 작가가 칠보 체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애진 작가

팔리는 예술이 필요한 이유
미술대학의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금속이 지닌 매력에 빠져 지금까지 금속을 만지고 있다.

한때 금속 제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을 했었다. 금속을 다루기 위해서는 대형 기계들이 여럿 필요하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구입이 필요했다. 재료 역시 마찬가지.

1m만 필요한 가죽 끈도 대량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었다.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내놓아도 물건 값이 바로바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어려움은 결국 공장 문을 닫는 결과를 불러왔다.

폐병을 재활용한 등 작품. 사진=김애진 작가
폐병을 재활용한 등 작품. 사진=김애진 작가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금속뿐이었어요. 사업 실패 후 이곳에 터를 잡고 활동을 하면서 공모전에 꾸준히 응모했죠. 입상을 하면 당연히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았어요. 안동에도 금속공예가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거든요. 공모전을 위해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형태를 지향해요. 한계점이 거의 없는 금속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작품이 공예품이라 불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생각이 넓어져 합리적인 가격의 공예품들이 사람들의 실생활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작가는 간단한 체험 수업뿐 아니라 금속공예를 배우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방의 문을 열어준다.

소정의 수업비를 받고 후배를 양성하는 이유 역시 그런 작가의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작가의 고민과 실천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다.

금속의 무한한 변화는 김기덕 작가만의 가능성이다. 안동 금속공예의 역사는 지금부터다.

 

[비나리아토 김기덕]
2001년 경상북도 공예품경진대회 대상
2004년 전국 관광기념품공모전 국무총리상
2005년 전국 관광기념품공모전 대통령상
2006년 경상북도 공예품대전 대상
2007년 안동시 관광기념품경진대회 금상
2008년 안동공예문화전시관 개관 3주년 기념전시
2009년 서울 인사동 몬도미오 <한국인의 의, 식, 주...그 삶이 예술이다> 개인전
2012년 이중섭미술관 <7인 7색전 바람이 불다> 단체전
2013년 제주시 오름카페 <4인전> 단체전
2017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갤러리34 <인문의 길 위에서 공예의 가치를 보다> 단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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