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노 가노 언제가노 열두 고개 언제가노”…옛길이 주는 감동의 시간들

동해연안 경북 울진과 봉화, 영주 등 영남내륙을 잇는 ‘소금과 미역의 길’인 북면 두천리 십이령길을 ‘십이령바지게놀이’ 단원들이 행렬하고 있다. 울진군 제공.
동해연안 경북 울진과 봉화, 영주 등 영남내륙을 잇는 ‘소금과 미역의 길’인 북면 두천리 십이령길을 ‘십이령바지게놀이’ 단원들이 행렬하고 있다. 울진군 제공.

[블로그뉴스=김경미 기자] “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은 언제 가노.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한 보부상(등짐장수)이 선창을 하자 대여섯 일행들이 “가노 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라며 장단을 맞춘다. 노랫소리는 저 먼 산을 타고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등짐장수가 진 바지게에는 소금, 미역, 거등어, 문어가 가득하다. 

돌다리를 건너자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10호)가 서있다. 이는 보부상들이 봉화 소천장을 관리하는 반수(우두머리) 권재만과 접장(장터 관리인) 정한조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철비(鐵碑)이다. 울진 죽변에서 산길로 들어서면 험하고도 긴 여정이 시작된다. 돌재 - 나그네재 - 바릿재 - 샛재 - 너삼밭재 - 저진터재 - 새넓재(한나무재) - 큰넓재 - 고채비재 - 맷재 - 배나들재 - 노룻재로 굽이굽이 넘어야 비로소 봉화 소춘에 도착한다. 

보부상들이 봉화 소천장을 관리하는 반수(우두머리) 권재만과 접장(장터 관리인) 정한조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철비(鐵碑)인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울진군 제공.
보부상들이 봉화 소천장을 관리하는 반수(우두머리) 권재만과 접장(장터 관리인) 정한조의 은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철비(鐵碑)인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31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울진군 제공.

바지게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면서도 한스러운 듯 조물주를 향한 원망의 노랫말을 다시 내뱉는다.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순간 조선시대 보부상들의 애환과 옛길이 주는 감동이 교차한다.

울진 십이령보부상길은 옛 보부상들이 울진의 흥부장·울진장·죽변장 등에서 해산물을 구입해 봉화와 안동, 영주 등 내륙지방으로 행상을 할 때 넘나들던 길이며 고개가 12개라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0여리를 2~3일 꼬박 걸어야 겨우 도착했단다. 

이 고개들은 산새가 험하고 깊어 밤에는 넘지 못했고 낮에도 맹수나 도적의 출몰로 많은 피해를 당해 두천 원주막에 모여 하룻밤을 자면서 큰 무리를 지어 넘었을 정도다.

울진 북면 흥부역과 봉화를 연결하는 12령 중 샛재에는 성황사가 있다. 선질꾼들은 이곳에 들려 행로의 안전과 상업 활동의 번성을 기원했다. 

500년 금강소나무 솔향이 온 몸을 감싸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산양과 금강소나무와 만나고 보부상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울진군 제공.
500년 금강소나무 솔향이 온 몸을 감싸는 울진금강소나무숲길. 산양과 금강소나무와 만나고 보부상들의 삶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울진군 제공.

보부상의 애환이 담긴 이 길은 금강소나무숲길과 함께 한다. 경북 울진군 북면 두천리에서 소광2리까지 약 13.5㎞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숲에서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특히 이곳은 십이령 중 네 고개가 포함되어 있어 곳곳에 비경이 펼쳐진다. 천연기념물 산양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산림자원을 보존하는 자연중심의 숲길 운영으로 가이드를 동반한 예약 탐방제를 실시, 구간별로 하루에 선착순 80명만 숲길에 들인다. 숲해설가와 동반해야 하며, 구간별 9시에 출발한다. 중간에 힘들어도 탈출로가 없으니 주의하자.

한편 경북 울진에서는 예전 보부상(등짐장수)들이 걷던 열두고개 옛길을 테마로 한 '십이령 등금쟁이 축제'가 매년 북면 하당리 십이령 마을에서 열린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축제에서는 주민과 관광객은 십이령 옛길을 따라 부보상 발자취를 느껴보고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 이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꾸리고, 마을 사람들이 만들고, 마을 사람들이 치루는 마을축제라서 더욱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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