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5.자연에서 금속공예의 미래를 찾다
[기획-쇠와 나무를 깨우는 사람들] 5.자연에서 금속공예의 미래를 찾다
  • 최정은
  • 승인 2018.09.06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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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뉴스=최정은 기자]경주 남산 끝자락에 있는 금강공방에서 금속공예 장인 최상기 씨를 만났다.

함박웃음을 띠며 반갑게 맞아주는 그의 첫인상은 사춘기 소년처럼 해맑고 유쾌하다.

차갑고 도도한 금속공예의 선입견과는 다르다.

그가 꿈꾸는 금속공예의 작품 세계가 순수하고 소박하기 때문이다.

나무와 흙, 꽃과 풀 등 자연에서 얻는 소재가 전통 금속공예 기법을 통해 예술로 변신하는 과정 또한 신선하고 아름답다.

숯과 연밥, 연꽃 씨앗 등 자연 소재에 은과 금속이 녹아들어 탄생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자연의 넉넉함과 자유로운 영혼이 만나 펼치는 신명나는 공예 세상이다.

금강공방의 최상기 금속공예 장인이 인터뷰 중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금강공방의 최상기 금속공예 장인이 인터뷰 중 웃음을 보이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남산의 자연이 예술로 피어나다, 숯과 은의 만남
경주 남산 용장골에 넓은 주차장을 안마당 삼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금강공방은 전통 금속공예 장인 최상기 씨의 작업장이자 놀이터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남산의 맑은 기운을 받으며 금속공예 공방과 갤러리와 카페를 신명 나게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의 금속, 도자기, 목공예, 천연 염색 등의 작품 활동을 하는 예술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일상에 녹아드는 예술과 문화의 공간까지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중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손재주를 보였던 그는 고등학교 공예과로 진학하면서 금속공예의 길로 들어섰다.

삼선방의 고 김인태 명장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15년 동안 다양한 유물 복제와 모조 골동품, 금속공예 제작을 배우며 창작열을 다듬고 키울 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장에게서 다양한 기술을 전수하며 남달랐던 재능이 금속공예로 이어진 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2002년, 독립하면서 고향 집 마당에 공방을 마련하고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옛 장인들이 흙이나 나무, 조개, 금속 등의 다양한 재료로 생활용품, 장신구, 무기류 등을 만들었던 것처럼 자연의 재료로 무언가 창작하는 일은 그에게 천직처럼 흥미롭고 신나는 일이었다.

오랜 기간 복제품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전통 문양에 관심을 두고 작품에 시도하기 시작했다.

숯의 단면을 자르면 화려한 나이테 무늬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등산길에서 주운 나무 열매나 나뭇가지도 작품의 소재가 됐다.

곡옥형 은제 목걸이. 사진=민혜경 작가
곡옥형 은제 목걸이. 사진=민혜경 작가

삼족오와 두꺼비, 남산, 신라 전통 기와 등의 문양을 은으로 입사하는 독특한 아이템의 목걸이, 브로치, 귀걸이 등 장신구는 그가 가장 좋아하고 잘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는 앞으로도 흙이나 나무, 조개, 금속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신선하고 아름다운 공예 작품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매일 새벽 남산을 오르면서 자연과 만납니다. 남산의 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는 것이 최고로 즐겁고 행복하거든요.”

그의 낙천적이고 소탈한 성격은 작품 세계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의 예술적 창작 욕구는 자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의 미를 통해서 처음으로 시도한 작품이 숯의 균열을 이용한 은제품이다.

숯의 단면에 나타나는 균열의 자연스러운 미를 이용해 예술적 작품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균열에 순백색의 은을 주입해서 만들어내는 문양은 볼수록 신비하고 오묘하다.

그의 자연 친화적 작품 세계는 숯에서 그치지 않고 연밥, 연꽃 씨앗, 오죽을 비롯해 각종 나무 열매를 은과 금속으로 결합한다.

오죽과 은으로 은장도를 만들고 주목과 향나무를 다듬어 곡옥 모양으로 은을 씌워 만든 목걸이는 공방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다.

신라 시대 누금법을 은에 접목해 장신구인 링 타이 위에 자유자재로 한반도와 무궁화, 소나무를 만들어내는 실력은 신기에 가깝다.

그가 만든 공예 작품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자연미와 금속의 성질이 어울려 조화롭고 견고하다.

최상기 장인이 은잔을 만들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최상기 장인이 은잔을 만들고 있다. 사진=민혜경 작가

전통 금속공예의 대중화를 꿈꾸다, 금강공방의 미덕
그의 창작 아이디어는 남산의 나무와 바위, 꽃과 풀 등 자연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남산에서 발견한 신라시대 탄화미를 보고 숯은 천년을 지나도 변치 않고 은은 독성을 잡아낸다는 데서 숯과 은을 접목했다.

숯의 단면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균열에 은을 채워 넣어 예술적 작품을 만들었다.

숯에서 새의 문양과 들꽃이 자연스레 피어난다.

이 기법은 특허로 등록해 그만의 기술로 인정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공예 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경상북도 공예대전 대상, 경북 관광기념품 대전 대상 등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었다.

최상기 씨의 공예인으로서의 기술적 수준은 학계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갤러리와 카페, 작업실이 함께 있는 금강공방.
갤러리와 카페, 작업실이 함께 있는 금강공방. 사진=민혜경 작가

한국조폐공사 문화재 재현기법 위촉 강사, 신라문화진흥 금속공예 강사, 포항 동서고교와 경주박물관 학교 등에서 금속공예를 강의하기도 했다.

경주지역 초중고교에서 꿈나무들에게 금속공예를 강의하는 등 부지런한 그의 발걸음에서 그가 꿈꾸는 전통 금속공예의 대중화를 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배운 전통 금속공예 기술을 일반 대중이 만들고 싶어 하는 생활 공예에 접목하고 싶은 꿈이 있다.

금강공방 한쪽에 마련해놓은 금강 체험공방이 그것이다.

청소년, 성인은 물론 누구나 편안하게 찾아와서 자신만의 공예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작업실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다.
 
그는 자신이 가진 전통 공예 기술을 대중화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기술을 지키고 싶어 하는 장인들과는 또 다른 장인다운 면모다.

“제가 체득한 기술은 땀 흘려 익힌 것이지만, 특별한 사람의 예술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로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잘 하는 것을 공유하며 사는 것도 행복이니까요.”

넉넉한 그의 미소가 예술가의 미덕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소망대로 전통 금속공예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그는 손재주가 남다른 아들을 금속공예 전수자로 점찍어두고 있다.

대를 이어 전통 금속공예의 기술뿐만 아니라 낙천적이고 자유로운 영혼까지 닮은 젊은 금속공예가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금강공방 최상기]
2004년 경상북도공예대전 대상
          숯과 은, 갤러리 등경
          전국공예대전 국무총리상
2004년~2010년 찾아가는 갤러리 전시
2006년 개인전, 갤러리 자우산방
2004년~2006년 신라문화진흥원 금속공예강사
2006년~2007년 한국조폐공사 문화재 재현기법 강사
2007년 전국공예대전 금상
          전국공예대전 장려상
2008년 경북관광기념품공모전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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